한·미 기준금리 또 역전..한은, 다시 '빅스텝' 시사
'점진적 인상'서 변화
한국은행도 다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게 될까. 이창용 한은 총재는 22일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혀 일단 다음달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기조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를 방치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달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한다. 한국도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통위가 올해 남은 10월,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문제는 인상폭이다. 당초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통위 후 “현 경제 상황이 지난 7월 예상했던 국내 물가, 성장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0.25%포인트의 점진적 인상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역시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연준이 긴축 기조를 더 끌어올리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 원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 우려가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은 역시 두 번째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년6개월 만에 달러당 1400원선을 넘어섰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역전돼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만약 금통위가 올해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올리고 연준이 자이언트스텝, 빅스텝에 나서 총 1.25%포인트를 추가로 올리면 올해 말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포인트에 이르게 된다.
이 총재는 “다음 금통위까지 2∼3주 시간이 있는 만큼 금통위원들과 함께 이런 전제조건 변화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기준금리 인상 폭과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이를 잡기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가 (한은의) 큰 의무”라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로 인한 원화 약세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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