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한·미 환담 형식 만남은 플랜B"..당초 계획 어그러져 다른 행사 취소·연기
바이든 주최 리셉션도 참석
전기차 문제 놓고 의견 교환
미 변화 이끌어낼지 미지수
정식 회담 불발에 성과 한계
한국 정상외교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꼽히는 한·미 정상의 만남이 숱한 논란 속에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렸다. 양국 정상이 짧은 환담을 통해 실무진 협의를 확인하는 형식으로 당초 계획한 정식 정상회담을 대체했다. 윤 대통령은 48초에 그친 글로벌펀드 회의장 환담을 성사하려고 예정된 경제 관련 행사 참석을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두 차례 만나 짧은 환담을 나눴다. 두 정상은 이날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행사장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위해 올라간 무대 위에서 선 채로 48초간 대화했다. 또 한 번은 이후 바이든 대통령 부부 주최로 열린 리셉션에서다.
환담 결과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두고 두 정상의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한국 정부가 그간 다각도로 전해온 우려의 뜻을 윤 대통령이 직접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하고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다. 논의를 이어가자”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2일 브리핑에서 “정상 간 인식을 공유하고 상대방 정상이 이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데다 미국 측은 회담 결과 공지에서 IRA를 직접 언급하지 않아 바이든 대통령의 ‘인식’이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두 정상은 금융 안정화 협력 방안과 관련, 필요한 경우 한·미가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 실행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최 수석은 “양국 외환 당국 간 협의로 구체화될 것”이라며 “통화스와프도 외환 당국 간에 협의 대상이 되는 유동성 공급 장치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 대응을 두고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미 협의가 이뤄지는 점을 평가하고 공동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양국 공조를 강화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확인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내고 “두 정상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두 정상이 공급망 회복력, 핵심기술, 경제 및 에너지 안보, 글로벌 보건, 기후변화 등 폭넓은 범위의 우선순위 이슈들에 대해 진행 중인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한·미 정상 환담 결과는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정상이 마주 앉아 의견을 주고받으며 현안을 논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뉴욕 일정을 하루 단축하면서 정식 정상회담이 불발돼 불가피하게 연쇄 환담을 이어가야 했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의 환담 형식 만남을 두고 “비상수단” “일종의 플랜B”라고 표현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 일정 변화로 돌발변수가 생겨 효과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법이 뭐냐 (찾다가) 환담을 통해서라도 합의를 끌어내자고 의기투합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일찌감치 정식 정상회담 확정을 알리고, 막판까지 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회담 형식과 내용의 사전 기대치가 높아진 점도 최종 평가의 허들로 작용한 면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48초 환담 성사를 위해 예정했던 행사 참석을 줄줄이 미루거나 취소했다. 윤 대통령의 글로벌펀드 회의 참석 일정이 길어지면서 뒤이은 디지털 비전 포럼과 재미 한인 과학자 간담회는 한 시간쯤 연기돼 열렸다. 윤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던 한·미 스타트업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 등은 행사 당일 참석이 아예 취소됐다. K브랜드 엑스포는 한국 중소기업 소비재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된 행사다. 모두 대통령실이 순방을 떠나기 전부터 소개한 행사였다.
뉴욕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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