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품격 깎아내렸다" 비판 일자.."외교 왜곡은 자해 행위"
바이든과 짧은 만남 후 미국 의회 폄훼 장면 카메라에 포착돼
야당 향한 말이래도 부적절 발언…여당 “입장 없다” 확산 차단
민주당 “빈손·비굴 외교로 무능 드러내” 외안라인 경질 요구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은 “빈손·비굴 외교에 이은 막말 외교참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며 외교·안보라인 경질을 요구했다.
논란이 된 영상에는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난 뒤 박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과 회의장을 걸어나오면서 이같이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두 정상은 글로벌펀드 회의장에서 만나 짧게 대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 기조연설에서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기구인 글로벌펀드에 180억달러를 모금하자고 각국에 촉구하면서 미국 정부도 6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20일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글로벌 감염병 대응이라는 인류 공동과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글로벌펀드에 대한 기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미국 의회가 글로벌펀드 기여금 예산 증액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하다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회담 장소를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장면이 담겨 큰 외교적 실례를 범했다”며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 가치동맹의 민낯과 사후 조정도 못한 무능에 모자라 대한민국의 품격만 깎아내렸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저잣거리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대통령을 이렇게 보좌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을 즉각 경질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도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관련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와 관련해 당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입장이 없다. 그쪽(민주당) 입장을 듣지 여당이 왜 사안마다 입장을 다 내야 되나”라고 말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2일 (현지시간) 뉴욕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 전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한국의 1억달러 공여를 약속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를 위한 국제사회의 책임을 이행하고자 하는 정부 기조를 발표했지만, 예산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민주당)이 이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이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답했다는 것이 김 수석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달라”며 “‘국회에서 승인 안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있다. 미국이 나올 이유가 없고, 바이든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의 정리대로라면 “국회에서 이 XX(더불어민주당)들이 (1억 달러 공여를) 승인 안해주면, 날리면, (우리나라가) 쪽팔려서 어떡하나”가 윤 대통령의 발언이 된다.
김 수석은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70년 가까운 동맹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 수용하지만, 외교활동을 왜곡하고 거짓된 동맹이반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해명·반박처럼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의회를 거론한 게 아니라 해도 ‘비속어’ 논란은 여전히 남는다. 윤 대통령이 한국 의회를 두고 야당 의원들을 향해 ‘이XX’들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셈이 된다.
뉴욕 | 유정인·김윤나영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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