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정통화랑' 한국미술 세계화의 마중물 나선다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나혜석, 박서보
일찍이 미술계 근현대 거장들 전시·후원
1992년 백남준 전시 후원 뒤 활동 뜸해
서울 중구 구세군회관서 갤러리 재개관
서양 주목하는 신진 작가들 발굴에 집중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화에 도전
개관 전시는 이수경의 '다정한 자매들'
깨진 도자기 작품 '번역된 도자기' 선봬
화려한 부활 알린 화랑의 정체성 담아
“전쟁 후 폐허와 빈곤을 경험한 우리에게는 예술이나 전통문화의 보존 등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물질적 풍요의 욕망만을 향해 달렸던 시기는 제게 정신적 빈곤의 그림자로 느껴졌고 그렇게 두손화랑이 시작됐죠.”(김양수 두손갤러리 대표)
애초 구세군중앙회관은 한국 구세군의 본관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한국 구세군의 중흥기인 근대화 과정까지 한국 구세군의 혼과 정신이 뿌리 깊게 배어 있는 건물이다. 종교적 역사성뿐만 아니라 근대 건축으로서 좌우 대칭의 안정된 외관이 잘 보존돼 근대 건축의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김양수 대표는 이 공간에 갤러리를 만들기로 처음 결심한 후 재개관까지 3년이 걸렸다고 했다.
두손갤러리 측은 옛 이름으로 재개관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 한국 미술계는 해외 갤러리들이 속속 개관하고, 프리즈 아트 페어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등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아트에 대한 유례없는 관심이 반갑기도 하지만 아트를 투자의 방편으로만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과 해외 미술시장에 밀리고 있는 한국 작가 및 갤러리에 대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입니다. 두손갤러리는 이런 시기에 한국 미술을 전격적으로 후원하고, 글로벌 무대와의 의미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두손이라는 본래의 이름을 찾고, 개화기에 문을 연 공간 구세군회관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려 합니다.”
이수경의 대표작 깨진 도자기들은 장인들이 도자기 완성작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아 깨뜨리고 버린 도자기들을 작가가 모아 새로운 도자기 형태로 이어붙이고, 그 접합 부분을 순금으로 장식한 작업이다. 공들인 도자기들의 매끈한 표면, 백자 또는 청자들이 가진 순수함과 우아함, 그에 강렬하게 대조되며 처절하게 깨지고 날카롭게 부서진 흔적, 그 흔적이 다시 치유되듯 접합되고 화려한 금빛을 더해 부활하는 듯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렇게 새로운 기품을 뽐내는 완성품이 된다.
도자기 작품에 익숙한 관람객이라면 회화 작품 ‘오 장미여!’ 연작이 더욱 흥미로울 만하다. 자유롭게 대형 캔버스를 물들인 장밋빛이 아름답다. 작가가 무엇을 그릴까 소재를 찾던 중, ‘전생 체험’이라 불리는 최면 의식을 경험하게 됐고, 그때 본 무의식 속 환상적 장면을 화면에 옮기기로 했다. 갤러리스트들은 작가가 그려낸 화면을 보고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같은 느낌을 받아 그에 빗대 “이수경의 몽유장미원”이라고 입을 모았다고 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역시 “조각은 이제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다는 느낌을 받는데, 회화는 이제 막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고, 새로이 몰입할 대상을 찾은 듯 눈을 반짝이며 애정을 드러냈다.
전시장에서는 이수경 개인전 외에도 두손갤러리 소장품인 백남준 명품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베니스비엔날레 공식 병행 전시 자격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전광영 작가 작품도 볼 수 있다. 특히 갤러리 2층에 구세군회관에서 실제로 사용돼 온 역사의 손때가 묻은 예배당 의자 너머 백남준의 대형 비디오벽(Video Wall) 작품 ‘M200’이 켜진 모습은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김 대표는 “한국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작가들을 더 발굴하고 싶다. 서양 미술계가 아시아 작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갖지 못한 새로운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작품으로 표출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가 가진 가치관과 철학을 작품으로 잘 표현해내는 한국 작가가 곧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수경 개인전은 오는 30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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