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53편 다 못봐도.. 이 작품은 꼭 보이소
권이선 2022. 9. 22. 20:28
10월 5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프로그래머 추천작 9선
개막작 '바람의 향기' 포함
71개국 출품작 대거 선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띄어 앉던 좌석 100% 개방
개·폐막식 등 행사 다채
국내외 영화인·팬 부산行
개막작 '바람의 향기' 포함
71개국 출품작 대거 선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띄어 앉던 좌석 100% 개방
개·폐막식 등 행사 다채
국내외 영화인·팬 부산行
3년 만에 정상화된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음달 5일 관객을 맞는다. 올해 27회째인 이번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바람의 향기’를 비롯해 뛰어난 작품성과 재미를 갖춘 작품이 무려 353편(71개국) 상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로막혔던 좌석이 100% 열리고, 중단됐던 프로그램이 전면 재개된다는 소식에 국내외 영화인과 팬은 축제의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3일 시작되는 티켓 예매 전쟁을 위해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6명에게 총 9편을 추천받았다
◆물고기를 향한 설교(감독 힐랄 바이다로프)
2020년 ‘인 비트윈 다잉’으로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아제르바이잔 감독 힐랄 바이다로프는 다른 영화에서라면 카메라가 들여다보는 대상조차 되지 않는 풍경을 난생 처음 보는 화면처럼 잡아내곤 한다. 영화는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향 마을은 황폐해졌고 여기서 더 이상 사람이 살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남동철 수석프로그래머는 “세상의 황량한 풍경을 찍는 것만으로 영화적 정서를 온전히 전달하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리턴 투 서울(감독 데이비 추)
어린시절 프랑스로 입양된 프레디(박지민)는 처음으로 밟은 한국 땅에서 생부(오광록)를 만난다. 영화는 우리가 예측하기 쉬운 ‘용서’와 ‘화해’라는 입양아에 따라 붙는 클리셰와는 전혀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6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프레디는 계속해서 서울로 돌아오게 된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 감독의 두 번째 장편 극영화다. 박성호 프로그래머는“동양인 외모로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감독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문화 충돌, 금기의 파괴와 같은 오랜 고민의 결과”라고 전했다.
◆아줌마(감독 허수밍)
최초의 한국·싱가포르 합작영화로, 영어 제목도 ‘Ajoomma(아줌마)’다. 싱가포르 국민배우 홍후이팡과 정동환, 강형석, 여진구 등이 출연하며, 한국에서 대부분 촬영했다.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진 싱가포르 ‘아줌마’가 용기를 내 나홀로 한국 여행에 도전한다. 박성호 프로그래머는 “한국과 함께 작업하려는 해외의 관심과 실질적인 창작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관객에게도 많은 즐길거리를 선사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스보이 슬립스(감독 앤서니 심)
더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캐나다 이민을 선택한 홀어머니 소영에게 아들 동현은 인생의 전부다. 동현은 자라면서 친아버지에 대해 묻지만, 소영은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한편 소영에게 한국에서 입양된 한 남자가 다가온다. 소영은 남자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지만, 이로 인해 모자 간 갈등이 시작된다. 박도신 프로그래머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교포 감독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천야일야(감독 구보타 나오)
쇠락하는 어촌에 살고 있는 중년 여성 도미코. 30년 전 실종된 남편 행방을 찾으며 혼자 살아가는 도미코 앞에 같은 상황에 처한 여성 나미가 찾아온다. 도미코는 나미 남편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서지만 막상 서류 준비가 끝날 무렵 나미는 실종된 남편을 잊고 새 출발을 하겠다고 한다. 이야기는 도미코와 나미의 대조적 선택에 주목하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영화의 쓸쓸한 분위기다. 남 수석프로그래머는 “혼자 시간을 견딘 사람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셈버(감독 안슐 차우한)
7년 전, 고등학생 딸이 친구의 손에 살해당했다. 딸을 잃은 부모는 이혼하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된 채 분노와 슬픔에 빠져 살아간다. 어느 날 살인범이 형량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부모는 법정에서 딸을 죽인 살인자와 대면한다. ‘디셈버’는 딸 죽음으로 붕괴된 가족이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다. 살인자 얼굴을 마주하고 그의 사연을 들으면서, 영화는 용서와 구원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남 수석프로그래머는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삶을 향해가는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라고 평했다.
◆나나(감독 카밀라 안디니)
독립 직후 폭력적이고 혼돈한 권력의 격변기를 겪은 인도네시아 근현대사에 휘말린 한 여성의 연대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해방이 됐지만 이념으로 갈라진 인도네시아에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 비극이 반복된다. 박성호 프로그래머는 “동남아시아에서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며 질적·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카밀라 안디니는 오늘날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감독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스칼렛(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
마을에서 배척받는 라파엘과 그의 딸 줄리엣은 외롭지만 평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한 마법사가 ‘훗날 줄리엣이 하늘을 나는 주홍 돛을 단 배에 납치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줄리엣은 왕자를 기다린다. 하지만 ‘스칼렛’에서 불굴의 용기와 상상력의 힘을 소유한 자는 왕자가 아닌 공주이며,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왕자를 구하는 것도 그녀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이 이탈리아 거장들의 계보를 이어갈 감독임을 입증하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노센스(감독 기 다비디)
이스라엘의 모든 남성과 여성은 만 18세가 되면 병역 의무가 부과된다. 무력 동원의 명분을 얻기 위해 유대인으로서 핍박받은 역사, ‘하나님의 의로움을 드러낸다’는 종교적 신앙까지 이용된다. 영화는 병역 거부가 터부시되는 사회에서 군 복무 중 목숨을 끊은 아이들이 겪은 내적 갈등과 외적 압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박가언 프로그래머는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간에 사람을 공격하고 약탈하고 죽이는 법을 훈련 받는다”며 “대한민국 관객들에게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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