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특별연합 해체 과정을 보며 [동서남북]

오성택 입력 2022. 9. 22. 20: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부산시의 시정 방향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부산시는 부·울·경 특별연합을 줄기차게 밀어붙였으나, 경남도와 울산시는 다른 계산법을 내놓았다.

부산시는 경남도의 발표가 나온 뒤에야 박형준 시장이 박완수 경남지사와 통화를 갖고,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한 서로의 입장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부산시의 시정 방향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행정력과 관심이 ‘2030세계박람회’ 유치에만 사실상 쏠리면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박람회 유치 노력이 ‘부산은 노인과 바다만 남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자구책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일련의 시정을 보면 안목이 좁고 단견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경남도의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에 관한 발표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남도는 최근 ‘부·울·경 특별연합 실효성 분석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울·경 특별연합이 ‘옥상옥’으로 비용만 낭비할 뿐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의 발표로 지난 4월19일 특별자치단체로 승인받은 특별연합은 5개월 만에 사실상 좌초됐다.
오성택 사회2부 기자
좌초 신호는 그동안 여러 차례 감지됐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울산시와 경남도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특별연합을 앞장서 추진해야 할 주체인 부산시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며 안일하게 대응했다. 부산시의 안일한 대응이 이어지는 사이 박완수 경남지사는 김경수 전 지사가 적극 추진했던 정책에 브레이크를 강하게 걸었다. 울산시도 포항·경주 등 인접한 동해안 지자체와 손을 잡는 이른바 ‘해오름 동맹’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정부 당시 부·울·경 단체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모두 교체됐다.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이전이나 지금이나 3개 지자체의 단체장은 모두 같은 정당 소속이다. 하지만 간극이 크게 벌어졌다. 부산시는 부·울·경 특별연합을 줄기차게 밀어붙였으나, 경남도와 울산시는 다른 계산법을 내놓았다.

부산시는 경남도의 발표가 나온 뒤에야 박형준 시장이 박완수 경남지사와 통화를 갖고,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한 서로의 입장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또 송경주 기획조정실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경남도의 고민을 이해한다면서 3개 지자체의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개 지자체의 분위기를 종합 취재한 결과 경남도의 입장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남도에 이어 울산시가 부·울·경 특별연합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과 권한 이양이 부족해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26일 관련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3개 지자체의 입장과 일정표 어디에도 부·울·경 특별연합의 복원 가능성이 포착되지 않는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해체 위기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에 대응하는 광역경제생활권 구축을 위해 추진했던 특별연합 해체는 결국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화할 수도 있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향후 프로세스는 한국의 지역들이 앓고 있는 인구 유출과 지역적 모순을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를 드러내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3개 지자체 단체장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박완수 경남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의 재인식과 고민도 필요하지만, 박형준 부산시장의 정치력 발휘가 더욱 절실하다.

오성택 사회2부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