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 도는 수천기 소형 위성 덕에.. 스마트폰 우주경쟁이 시작됐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통신 서비스 경쟁에 본격적인 불이 붙기 시작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애플은 지난 7일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 14′를 공개하며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오는 11월부터 2년간 북미 지역에 한해 기지국이 없는 통신 사각지대에서도 위성통신을 활용해 긴급 구조 문자를 무료로 보낼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무전기처럼 두꺼운 안테나 수신기가 달린 위성전화 전용 단말기가 아닌 일반 스마트폰으로도 사막이나 해상, 산간, 오지에서 통신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보다 하루 전에는 중국 화웨이가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50′을 발표하며 중국 지역에 한해 위성통신으로 간단한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공개했다. 구글도 참전을 시사했다. 이달 초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안드로이드 담당 수석부사장은 소셜미디어에 “2008년 출시했던 구글폰(G1)은 3G·와이파이 연결도 무리였지만, 우리는 이제 위성과의 연결을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스마트폰의 우주 경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주역은 저궤도 소형 위성
위성통신 스마트폰 등장의 배경에는 2000년대 들어 민간 기업 주도로 열린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있다. 위성통신은 일단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야 하는 만큼 자금이나 기술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높았다. 위성통신용 단말기 통신 요금이 여전히 분(分)당 1달러 내외로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우수한 성능을 가진 500㎏ 미만의 소형 위성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2010년 로켓 재사용에 성공한 뒤 발사 비용은 과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스페이스X를 등에 업은 스타링크, 인도 바르티 글로벌과 영국 정부가 대주주로 참여한 원웹, 아마존 자회사 카이퍼 등 저궤도 소형 위성을 활용한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대거 등장했다. 고도 300~1500㎞라는 낮은 궤도 덕분에 초고속·저지연 통신을 지원하는 저궤도 위성을 대거 쏘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14 위성통신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도 24대의 저궤도 위성을 운영 중인 미국 위성통신 기업 글로벌스타와 손잡은 덕이다.
지금까지 3000대 이상의 저궤도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려 위성통신 업계 선두로 자리매김한 스타링크도 가입자 1억900만명(4월 기준)의 미국 2위 통신사 T모바일과 협력해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이동통신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계획을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2023년 말까지 위성통신을 활용한 문자 베타 테스트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스타링크 대표이기도 한 머스크는 지난 8일 트위터에 “우리는 스타링크 연결에 대해 애플과 몇 가지 가능성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며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스타링크는 2020년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영국, 독일, 호주, 프랑스 등지에서 이미 인터넷 서비스를 시범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전 세계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수만 5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6월 독자 개발한 저궤도 인공위성 발사용 로켓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며 위성통신 산업에 한발 더 다가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2031년까지 총 14기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 위성통신 분야에서의 경쟁력은 낮은 편이다. 정환수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통신위성 개발 경험 부족, 산업 기반 부족 등으로 위성통신 분야 기술 수준이 미국(100%) 대비 83.8%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발목
물론 스마트폰 위성통신이 갈 길은 아직 멀다. 일반 광대역 인터넷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00Mbps인 반면 애플이 협력한 글로벌스타의 최대 전송 속도는 256Kbps로 속도 차이가 약 390배 수준이다. 영상 통화나 동영상 감상 등 스마트폰을 통해 이용하는 일반적인 인터넷 기능은 아직 꿈도 못 꾸는 수준이고, 긴급 구조 문자를 보내는 정도로만 쓸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스마트폰 출력(배터리)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이동통신 단말기에서 데이터를 보낼 때 드는 출력은 10~100밀리와트(mW)인데, 위성으로 데이터를 보내는 데는 이보다 10~100배인 1와트(W) 이상이 필요하다. 위성과 신호를 주고받을 때는 배터리 사용 시간이 10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스타링크 역시 작년 4분기 측정 기준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05Mbps로 웬만한 광대역 인터넷 업체를 뺨치지만, 전력 소모량이 60~70W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소형 위성 접시와 라우터 등이 포함된 무게 13㎏의 장비도 별도로 갖춰야 한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스마트폰만으로 지상망 수준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그럼에도 위성통신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5G·6G 등 이동통신 세대가 진화할수록 전송 속도를 높이려면 주파수 대역이 높아지는데, 그만큼 전파의 도달 거리가 짧아져 지상에 더 많은 기지국을 촘촘히 세워야 한다. 지상망 인프라 구축에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인구 밀도가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위성통신이 경제적인 대안이 된다.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개발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에도 위성통신은 필수다. 지상 기지국 통신 신호 도달 거리가 지상 120m 이내이기 때문에 300m 이상 고도로 날아다니는 UAM은 관제나 인터넷 사용을 위해 위성통신을 쓸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은 2021년 기준 위성통신 장비 시장 규모를 220억 달러로 추산했는데 연평균 19.6%씩 성장해 2026년에는 537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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