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판결 핵심은 '불법강점'..일본, 지배자 인식 버려야"

강성만 입력 2022. 9. 22. 19:55 수정 2022. 9. 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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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 교수
2018년 대법판결 의미 짚은 책 내
"현재 한-일 관계는 '역사의 문제'"
김창록 교수는 1996년부터 논문 작성과 강연, 의견서 제출, 법정 증언 등 여러 형태로 한-일 과거사 청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김창록 교수 제공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핵심은 ‘불법강점’이다>(지식산업사).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 교수가 일제 강점기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가해 기업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한 4년 전 대법 판결의 의미를 짚고 그 파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책이다. 이 판결 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며 한국에 대해 통상 공격까지 했고 그 결과 한일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일본 헌법사상사 연구로 1994년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1996년 일본군 ‘위안부’ 주제 논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논문 작성과 강연, 의견서 제출, 법정 증언 등 여러 형태로 한-일 과거사 청산을 위해 노력해왔다.

“불법강점 문제 여전히 남아 있다는 선언”

그는 책 서문에서 “대법 판결의 핵심 메시지는 ‘일제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강점이고, 불법강점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인데 유감스럽게도 이 핵심 메시지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거의 주목되지 않고 있다”고 썼다.

지난 13일 전자우편으로 만난 저자에게 먼저 왜 대법 판결의 핵심이 ‘불법강점’인지 물었다. “대법은 이 판결에서 불법적인 식민 지배와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어요. 다시 말해 불법강점에 따른 문제는 해결된 적이 없고 여전히 남아 있으니 해결해야 한다는 거죠. 이 선언의 의미는 매우 큽니다. 불법강점에 따른 문제가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니라 국가 사이에도 해결해야만 할 과제라는 뜻이어서죠.”

그는 대법 판결을 두고 “1965년 이후 해묵은 과제에 대한 응답”이라고도 했다. “(일제의 식민 지배가) 불법강점이냐 합법이냐는 1965년 한-일 사이에 해결하지 않고 묻어둔 해묵은 과제이죠.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1990년대 초부터 일본 책임을 추궁하려고 소송에 나서 일본 소송까지 더하면 30년 가까운 법정 투쟁 끝에 대법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어요. 이 기간 수많은 법적 쟁점들이 다투어졌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게 ‘청구권 협정에 의해 해결되었느냐’는 것이었죠. 이에 대해 대법이 ‘불법강점에 따른 피해는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것이죠.”

그는 “일본 정부가 대법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는 핵심 이유도 불법강점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대법 판결에 이은 일본 정부 반발은 1965년 이후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한-일 간의 진정한 우호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고도 했다.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자’의 인식에서 벗어나 불법강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서는 ‘일-한 우호’는 불가능해요. 한국 정부는 대법 판결로 다시 확인된 대한민국의 기본입장을 널리 알리고 관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김창록 교수의 책 표지.

하지만 그가 보기에 한국 정부는 “심각하게도 대법 판결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보여주는 데 실패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법대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것과 다른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해보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정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가 움직인다는 것은 대법 판결을 부정하고 불법강점을 부정하고 결국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결과가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법 판결은 일차적으로 한국인 개인과 일본 기업이라는 사적 주체들 사이의 개별 분쟁에 대한 판단입니다. 따라서 판결대로 집행하면 일단락됩니다.” 그는 이어 현재 한-일 관계를 둘러싼 사안은 “역사의 문제”라면서 “한국 정부는 그 무게에 걸맞게 긴 호흡으로 진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금화하면 한일 관계를 파탄 내겠다는 일본 정부 태도는 대법 판결은 물론 그 핵심인 불법강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역사 앞에 겸허해야 합니다. 섣부른 해결을 하려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2015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외교장관 합의가 얼마나 많은 불필요한 혼란을 가져왔는지 되새겨야 합니다.”

“‘징용’ 단어도 부적절…합법이었다는 일본 인식 담겨 있어”

저자는 책에서 국내 언론 등이 널리 쓰는 ‘강제징용’이라는 말의 부적절함도 강조했다. 이 용어가 “불법성을 내포하는 ‘강제’와 합법성을 전제하는 ‘징용’을 엮은 ‘형용모순’인 데다, 법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의 본질도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동원과 징용은 법적 근거가 전혀 다른 별개의 개념이죠. 대법 판결은 일제의 한반도 지배는 불법강점이었고, 따라서 ‘징용’의 근거법인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의 효력도 인정할 수 없으니 일제가 한반도 사람들을 데려가 일을 시킨 것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강제연행해서 강제노동을 시킨 것, 즉 강제동원이라고 선언했죠. 하지만 일본 정부와 언론은 의도적으로 ‘징용공’ 용어만 씁니다.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에 근거한 ‘징용’ 제도는 ‘합법적’이었으니 ‘강제동원’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두 용어는 이렇게 일제 한반도 지배의 기본성격에 대한 인식차를 반영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의 공식입장인 ‘불법강점’이라는 전제 위에 선다면 마땅히 ‘강제동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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