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채경의 랑데부] 미 아르테미스 1호 발사 지연과 실패의 미덕

한겨레 입력 2022. 9. 22. 19:05 수정 2022. 9. 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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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경의 랑데부]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하고 비판해 개선해야 하지만, 이제껏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 개발할 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가장 좋은 방안을 찾는 것만큼은 시일이 좀 지체되더라도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애초에 최초 시도를 계획할 때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가늠하기 어렵지 않은가. 다만 그런 시행착오 과정을 잘 기억하고 복기해봐야 한다.
미국우주항공국은 지난달 29일 새로운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1호의 발사를 중단했다. 웹방송 화면에 발사 중단을 알리는 자막이 띄워져 있다. 웹방송 갈무리

심채경 |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미국의 달탐사선 아르테미스 1호 발사가 몇차례 연기된 끝에 이달 말 시도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는 실제 임무를 수행할 우주선 오리온과 이를 지구 밖으로 밀어 올려줄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에스엘에스)으로 이뤄져 있다. 과거 아폴로 유인 달탐사 프로그램에서는 우주비행사 세사람과 달착륙선, 월면에서 사용할 탐사차까지 실은 엄청난 무게의 아폴로 우주선을 쏘아올린 새턴 5호 로켓의 공이 컸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은 그보다 더욱 강력한 로켓 에스엘에스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첫 발사 때는 사람이 타지 않지만, 2호부터는 우주비행사를 태울 예정이니 에스엘에스는 강력한 만큼 안전해야 한다. 탑승할 우주비행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지구에 남아 있는 모든 이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결함이 있는 채로 로켓이 발사된다면, 지구를 탈출하지 못한 채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제어 불가능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로켓 발사는 언제든 연기될 수 있다. 제대로 발사하려면 모든 부품이 제 역할을 해내야 하고, 로켓을 발사대에 세우고 연료를 주입하는 등의 준비 과정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하며, 날씨도 좋아야 한다. 로켓 발사를 보러 가려면 발사 당일뿐 아니라 며칠 더 머물 것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나 이번처럼 새로 개발돼 아직 전 과정이 검증되지 않은 로켓의 경우 발사가 몇주 미뤄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도 누리호 로켓 발사를 겪어봐서인지, 에스엘에스의 결함을 꼬집거나,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지 않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언론에서도 발사가 연기됐다는 사실과 그 이유를 전할 뿐이다. 로켓뿐 아니라 우주선 본체도 개발 과정에서 여러차례 도전과 재시도를 거듭하며 애초 목표했던 시일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우리 달탐사선 다누리 개발 과정에서 경험한 일이다. 다른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하고 비판해 개선해야 하지만, 이제껏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새로 개발할 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가장 좋은 방안을 찾는 것만큼은 시일이 좀 지체되더라도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애초에 최초 시도를 계획할 때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가늠하기 어렵지 않은가. 나름대로 최적의 기간을 설정하지만 지연되기 쉽다.

다만 그런 시행착오 과정을 잘 기억하고 복기해봐야 한다. 무작정 아무렇게나 하다가는 전에 했던 시도를 반복하거나 실수를 또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경험이 주는 교훈을 잘 살펴본다면 좀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길이 보이기도 한다. 우주탐사처럼 우리의 삶도 늘 새로운 것투성이다. 부모나 손위 형제, 롤모델이나 멘토의 영향을 받을지언정 완전히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매 순간은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아끼고 사랑하고 살펴야 한다.

과학자 멜라니 스테판은 10여년 전 ‘실패의 이력서’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그때 그는 박사후 연구원이었으니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에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여러번 썼을 것이다. 출판된 논문이나 수행했던 연구과제, 학회에서 수상한 경력 등을 정리하면서, 그는 이력서에 적히는 실적의 행간에 수많은 다른 종류의 실적이 있음에 주목했다.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실험하면서 겪은 시행착오는 이력서에 적히지 않는다. 오로지 잘해낸 것, 마침내 완수해낸 것만 적힌다. 이력서는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그중 무엇이 성공의 자양분이 됐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실패는 때로 성공보다 더 큰 교훈을 주고 훗날 더 단단한 열매를 맺게 한다. 스테판 박사가 실패의 이력서를 쓰자고 제안한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몇줄의 성공 이력서 뒤에는 수십장의 실패 이력서가 쌓여 있기 마련이다. 실패는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다.

반세기 만에 다시 사람을 달에 보내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실패의 이력을 착실히 쌓아나가고 있다. 실패라는 말 대신 시행착오, 다양한 시도, 완벽주의적 점검 등으로 바꾸어 불러도 좋다. 원대한 포부를 품고 도약하기 위한 수많은 훈련과 도움닫기를 다정한 눈길로 함께 살펴보며 응원한다. 미국 우주탐사의 세대를 바꿀 로켓 에스엘에스도, 달까지의 여로에 있는 우리 달탐사선 다누리도, 우리 각자의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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