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24년 만에 엔화 매수 외환시장 개입
엔화 가치가 연일 최저점을 경신하자 22일 일본은행(BOJ)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엔화를 매수하며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일본은행이 급격한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엔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파는 외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환 흐름을 매우 높은 경각심을 가지고 주시할 것이다. 정부가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개입 전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998년 이래 최고치인 145엔으로 올랐다. 이는 일본은행이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기존의 초저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도하도록 필요한 금액의 장기 국채를 상한 없이 매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전날인 2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려 3.00∼3.25%로 결정한 것과 상반된 조치다. 일본은행의 개입 직후 엔화 가치는 반등해 달러당 140엔대까지 회복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당분간은 금융완화 입장을 유지하는 데에 변화가 절대 없을 것이다.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회복하고 있는 상황으로 경기를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환율 조정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2%대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는 것이 은행의 정책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건 1998년 6월17일 이후 약 24년 3개월만이라고 교도통신은 설명했다. 1998년 당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불어닥쳐 엔·달러 환율은 146엔선으로 치솟았다. 2011년 11월에도 130엔선에서 개입한 적이 있으나 이는 엔화를 매도해 가치를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최근 일본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저금리를 고수해, 미국과 금리 차이가 벌어지며 화폐가치 하락을 겪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는 올해 들어 가치가 약 19% 이상 증발하며 1979년 이후 역대 최악의 연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엔화는 달러뿐 아니라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 태국 바트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10% 하락했다. 인도 루피와 브라질 헤알에 대해서도 각각 14%와 32%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엔화는 주요 10개국(G10) 통화 중 가장 실적이 좋지 않다. 일본 기업과 가계는 통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점점 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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