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체적 무능' 드러낸 윤석열 외교, 참담하다

한겨레 2022. 9. 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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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추진된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한-일 정상외교 결과는 '참사'라 할 수밖에 없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5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일찌감치 합의하고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발표한 뒤 일본 쪽이 강하게 반발하며, 미리 발표한 한국이 일본에 정상회담을 구걸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결국 윤 대통령은 유엔 일본대표부가 위치한 건물로 찾아갔고 한국 언론에는 일정을 미리 알리지 않고 모두발언도 공개하지 않는 형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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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한미회담 취소·한일 논란 끝 '찾아간 회담'
국익 관점 전략 부재, 대통령 '막말'까지
외교라인 교체하고 윤 대통령 인식 변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가 끝난 뒤 선 채로 대화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추진된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한-일 정상외교 결과는 ‘참사’라 할 수밖에 없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논란 끝에 21일(현지시각) 한·일 정상이 2년9개월 만에 만났지만 일본 정부는 회담이 아닌 ‘간담’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차별, 일본과의 강제동원 피해 해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진전은 보이지도 않았다. 순방 전 대통령실이 일찌감치 홍보했던 ‘흔쾌한 회담’ ‘그랜드 바겐’과는 거리가 멀다. 과정·형식·내용이 총체적으로 부실한 외교 무능에 국민들은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만남은 48초 환담과 단체 리셉션이 전부였다. 대통령실은 “양쪽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화 스와프, 확장억제 문제 등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집중 검토를 지시했다. 사전 검토 내용을 축약해서 오늘 확인하는 자리를 가진 것”이라며 해명에 힘을 쏟았다. 지금까지 실무진 협의 외에 정상 간 대화에서 진전된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줄 뿐이다. 환담 뒤 나온 백악관 발표에서 한국의 최대 현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통화스와프 언급은 아예 없었다. 친미외교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미국 상황에 얼마나 무지하고 안이했는지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약 30분간 만났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이 관계 개선 필요성과 북핵 공동대응 의지 등을 재확인했다면서 ‘약식 회담’으로 규정한 반면 일본 정부는 ‘간담’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5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일찌감치 합의하고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발표한 뒤 일본 쪽이 강하게 반발하며, 미리 발표한 한국이 일본에 정상회담을 구걸하는 모양새가 돼버렸다. 결국 윤 대통령은 유엔 일본대표부가 위치한 건물로 찾아갔고 한국 언론에는 일정을 미리 알리지 않고 모두발언도 공개하지 않는 형태로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와 다르게 한-일 관계의 신속한 정상화를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조급함이 ‘굴욕 외교’ 논란을 자초했다.

윤석열 정부 외교의 전략과 비전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제질서 대전환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전략과 그것을 실행할 외교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면, 유엔 총회에서 외친 자유와 가치연대는 공허할 뿐이다. 한국의 국익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한-미·한-일 관계 강화로 모든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외교의 기본마저 부실해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잇따랐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불발’ 논란에 이어, 이번엔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뒤 회의장을 나서면서 막말을 하는 장면까지 포착되었다.

총체적 외교 참사에 대해 국가안보실의 김성한 실장과 김태효 1차장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을 전면 쇄신하는 동시에 무엇보다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외교와 국정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국제정세 격변기에 한국은 ‘사면초가’ 정도가 아니라 낭떠러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21일 뉴욕에서 ‘약식 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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