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원자잿값 폭등 비명.. 중소기업 "죽을 맛" 아우성

박은희 2022. 9. 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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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재 가공업체는 생존 걱정
수입물가 올라 무역적자폭 확대
고물가·고금리 복합위기 심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22일 서울 시내의 한 환전소 앞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상승세로 수입·소비자물가가 일제히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 특히 중간재 가공을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큰 고통을 겪게 됐다. 치솟은 원재료 가격과 환율, 여기에 이자부담까지 겹치면서 생산을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로 인해 22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31일 이후 처음 1400원을 돌파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저성장이라는 우리나라의 복합위기 국면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입 물가의 상승 폭을 키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전달(6.3%)보다 낮아졌으나, 수입 물가의 오름세가 지속된다면 물가 상승세는 다시 확대될 수 있다. 물가가 떨어지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무역적자 폭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우리나라의 누적 무역적자는 292억13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1996년 기록(206억2400만 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6.6% 늘어나는 데 그쳐 석 달째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완제품 수출 기업에는 고환율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원자재를 비싼 가격에 해외에서 들여와 중간 가공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부담이 더 커진다. 자동차·기계용 부품과 화학제품 중간가공 등 중소·중소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군이 대표적이다.

원재료 수입을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기업들은 높아진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늘어날 수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7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업은 61.2%(어려움 매우 많다 26.7%·어려움 많다 34.5%)에 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를 3.12%로 추정하고, 한국이 양국 간의 적정금리 차이를 따를 경우 국내 기준금리는 3.65%까지 오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도 쉽지 않다. 전체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단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수요위축으로 인해 2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조짐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경쟁 전망 트래커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올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매출이 줄었고, 3분기에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 투자하는 기업들은 환율 부담에 시달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 규모의 시설 투자를 시작했는데,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작년 11월 기준 약 20조원었던 투자규모가 지금은 거의 24조원이 됐다.

업종별 전망도 더 어두워졌다. 항공사들은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뿐 아니라 대부분의 비용을 달러로 지급하고 있어 지출 부담이 배가되고 있다. 항공사의 외화환산손익은 고환율 여파로 이미 2분기 손실로 전환됐다.

국내 배터리·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수요 증가와 친환경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대규모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외화부채가 급증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달러 표시 외화 부채는 지난해 말 3조411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2494억원으로 24.5% 늘었다.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완성차업계의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 금리도 따라 올라 현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 차 수요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도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실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 2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2조9798억원, 2조2341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지만, 자동차 부품사의 경우 상장사 55곳 중 27곳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박은희·박한나·장우진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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