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줄 선다고 '내 것'이 될까..뒤바뀌는 소유권 작동의 원리

조상인 기자 2022. 9. 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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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마이클 헬러, 제임스 살츠먼 지음, 흐름출판 펴냄)
줄 서면 선착순으로 타던 놀이공원
돈만 더 내면 '먼저 탑승' 가능해져
소유권 원리 변화, 사례로 풀어써
아마존 전자책·각종 구독서비스 등
소비 방식, 소유 → 체험으로 바뀌어
"공유경제가 과시소비 조장" 경고도
[서울경제]

“내 꺼야!”

놀이터 그네 앞에서 두 아이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한 아이가 “내가 먼저 왔고, 먼저 잡았다”고 크게 외치니 상대편 목소리가 작아진다. 놀이터에서의 소유권은 아무래도 ‘선착순’이다. 놀이공원의 대명사 디즈니랜드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디즈니랜드는 놀이기구 개발능력 만큼이나 뛰어난 방법으로 ‘대기 줄’을 다루는 소유권 설계방식을 마련했다. 1990년대 디즈니랜드는 긴 대기 줄 때문에 방문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에 빠졌다. 찾아낸 답은 ‘패스트패스플러스(Fast Pass Plus)’라는 예약제도였다. 지정된 인기 놀이기구 3개를 예약해 기다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인데다, 다음 탑승 놀이기구까지 옮겨가는 동안 고객들은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디즈니랜드는 한발 더 나가 “소유권 설계에서 매우 천재적인 발상”을 보여준다. 시간보다 돈이 훨씬 더 많은 부류를 위해 ‘프라이빗 VIP투어’를 만들고, 정교한 계산 끝에 철마다 조금씩 차이 나는 3000~5000달러로 책정했다. 장애인 우선 출입구는 논란을 낳았다. 장애인 패스권을 받은 장애인 1명과 최대 6명 동반자가 전용선을 이용할 수 있게 했더니 장애인들이 시간당 130달러 정도를 받고 ‘자기 몸을 대여해’ 비장애인 가족이 우선 탑승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유권의 원칙과 작동 원리를 다룬 신간 ‘마인(mine)’의 제목을 우리말로 풀어쓰면 ‘내 꺼’다. 재산권과 부동산법 분야의 석학인 마이클 헬러 컬럼비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국제 환경법을 다루는 제임스 살츠먼 캘리포니아주립대 도널드브랜 환경대학원 석좌교수가 함께 쓴 책이다. 저자들은 ‘비싼 로스쿨 수업료를 내지 않고도’ 소유권의 원리를 누구나 알 수 있게 하고자 집필을 시작했고, 책은 출간 이후 지금까지 7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주차장에 남은 한 자리, 한 개 뿐인 닭다리부터 디지털 개인정보, 부의 분배와 성적 파트너 선택까지 부족한 자원의 ‘소유’를 둘러싼 세상의 논쟁은 단 6가지 법칙에 의해 결정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먼저 오면 먼저 차지하고, 먼저 대접받는다는 ‘선착순’은 가장 명쾌한 소유의 방법이다. ‘점유’는 90%의 법적 권한을 가지며, ‘노동’ 또한 내가 뿌린 것이기에 내가 거둘 수 있는 권리로 작동한다.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자기 소유권’부터 ‘귀속’ ‘상속’ 등이 소유권의 핵심 논리였다.

하지만 시대 변화 속에 이 원칙들도 흔들리고 있다. 저자들은 “이 격언들이 오늘날 진실과 멀어진 이유는 기본적으로 ‘내 것’ 아니면 ‘남의 것’ 식으로 소유권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며 “갈수록 늘어나는 소유권 갈등을 보면 ‘먼저 와도 나중에 대접받고, 점유의 법적 권한은 10%이며, 남이 뿌린 것을 내가 거둔다’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듯 싶다”고 꼬집는다.

기술 발전이 불러온 소유 방식의 변화가 주요했다. 타인의 계정으로 접속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드라마를 보는 일은 ‘절도’ 행위다. 아마존의 전자책 서비스 킨들(kindle)에서 책을 구매하면 그 책을 당연히 소유하는 것이라고 믿겠지만, 고객이 갖는 것은 “극히 제한된 라이선스 뿐”이며 “아마존은 이용자의 기기에서 책을 임의로 삭제”할 수도 있다. 이 책이 흥미진진한 이유는 생활밀착형의 사례들 때문이다. 시카고에서는 태풍이 온 후 길바닥에 놓아둔 의자로 주차 공간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지만 뉴욕에서는 통하지 않고, 뉴욕 일부 술집에서는 술잔에 냅킨을 올려두면 잠시 자리를 비운다는 뜻이지만 시카고 술집에서는 치우고 남이 앉아버린다. 머리카락, 심지어 혈장 판매는 가능한데 신장 판매는 불법이고, 거주지 상공으로 비행기는 날아갈 수 있지만 드론은 지나갈 수 없다.

저자들은 소유권의 미래를 보려면 “어디든 부족한 자원을 차지하려고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보면 된다”면서 자연계가 받는 위협과 디지털 분야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드러냈다. 디지털 세계와 자연 세계의 공통점은 “둘 다 소유권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것. 이런 자원을 차지하려는 경쟁에서는 ‘내가 먼저 했다’ ‘내가 차지했다’ ‘내가 노동했다’ 식의 소유권 주장 근거가 제대로 통할 수 없다. 책은 특히 온라인 세계에서의 소유권에 대해 “내가 소유했다고 느끼는 것과 실제 소유한 것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물리적 대상을 소유할 때는 폭넓은 선택 범주가 자동으로 주어졌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자유를 상당 부분 잃는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디지털 소유권의 이면으로 공유경제를 짚었다. 소유 개념은 ‘체험’으로 변화하고, 구입보다는 ‘구독’이 활발해진다. 이것이 꼭 긍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소유하는 삶에서 체험하는 삶으로 바뀌면 예기치 못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공유경제는 불교의 소박함을 권장하는 게 아니라 과시적 소비를 부추기고, 부를 (쌓지 않은 채) 소비한다”고 책은 경고한다. 동시에 소유의 숨은 원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된다면 부디 지역사회와 공공선을 옹호하는 쪽으로 활용해 달라고 청한다. 1만9800원.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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