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저열한 선동정치
박봉권 2022. 9. 22. 17:57
요사이 거짓 선동이 정치판을 점령했다. 왜 우리 정치가 삼류인지, 왜 국회의원들이 가장 불신받는 집단으로 전락했는지 그 이유를 쉽게 알 것 같다. 영국 여왕 조문, 군인 팬티 시비 등 상식은 사라지고 허위 날조와 생트집만 난무하니 한심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조문록을 오른쪽 면에 쓰든 왼쪽 면에 쓰든, 예정보다 하루 늦게 쓰든 말든, 그게 그렇게 경천동지할 일인가. 그게 그렇게 눈에 쌍심지를 켠 채 해외순방 중인 대통령을 물어뜯고 정쟁거리로 삼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의문이다. 조문 없는 조문 외교로 국격을 떨어뜨렸다는데, 상주인 찰스 3세를 만나 위로를 건네고 장례식에 참석한 게 조문이 아니면 도대체 뭔가. 정작 영국 왕실은 가만히 있는데,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외교 참사·결례라며 야당이 야단법석을 떠니 황당하다. 친중사대는 저리 가라다. 단순 비판을 넘어 '아마추어' 정부 선동을 통해 식물대통령·식물정부로 만들려는 저의가 읽힌다.
장병 팬티도 못 입게 하는 '비정'한 예산 운운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억지는 더 가관이다. 당대표라는 사람은 한술 더 떴다. "우리 아이들이 군대에 가 있는 동안에 옷도, 신발도 제대로 못 신게 (예산을) 삭감했다"며 "신발을 물려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고 했다. 유치찬란한 선동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팬티 숫자와는 하등 상관없는 피복 단가 하락에 따른 예산 감액일 뿐이라는 해명에도 바로잡지 않는다. '그럴 리 없다'며 생떼를 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팩트가 아니다. 전 정권의 선심성 퍼주기를 막겠다는 예산에 무조건 '비정' 프레임을 씌우고 보는 게 우선이다. 왜곡하고 조작한 정보로 군중을 잘못된 방향으로 선동하는 중우정치를 획책하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관계는 뒷전이고, 아니면 말고식의 선동 정치만큼 무책임한 건 없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무책임한 사람들은 절대로 정치를 하지 말라고 했다. 저열하고 무책임한 선동질을 당장 멈춰야 한다.
[박봉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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