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자유경쟁' 삭제, 경제교육 뼈대 무너뜨리는 일"

김정환 2022. 9. 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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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장
마치 기본이 무시된 틀 위에
부수적 인테리어만 강조한 꼴
기재부의 편향성 지적에 공감
노동가치와 분배 정당성도
시장경제에서 비롯된 개념
바른 경제교육이 성장 밑거름
"경제의 기본은 동기부여에 따른 시장경제입니다. 이 기본을 무너뜨리고 부수적인 경제 지식만 부각하면 학생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게 돼요. 이는 곧 시장경제체제의 골격을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금융위원장 출신인 신제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청교협) 회장이 22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초·중·고등학생 교과서 집필 기준 초안에서 자유시장경제 핵심 개념인 '자유경쟁'이 삭제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교협은 청소년에게 체계적인 금융·경제 지식을 심어주기 위해 설립된 국내 대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신 회장은 "시장경제체제를 취하지 않은 북한과 사회주의식 시장경제로 바꿔 경제가 성장한 중국 등을 보면 시장경제가 경제의 기본이라는 점은 역사가 증명한다"며 "최근 부각된 (소득분배 같은) 부수적인 개념만 강조하면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경제적 시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마치 기본을 무시하고, 기본이 무시된 틀 위에 부수적인 인테리어만 강조한 꼴"이라며 "경제 교육 영역에까지 이념이 들어오는 게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초·중·고 교과서 토대가 될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서 자유경쟁과 자유시장경제라는 단어가 빠지고 경제정의와 소득분배, 노동자 권리가 부각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교육과정 시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4월 공개 모집으로 구성한 연구진이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교육부에 시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국가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가 교과과정 편향성을 우려해 교육당국에 이례적으로 보완을 요청한 것이다. 신 회장도 교육과정 시안에서 자유경쟁이라는 문구가 없어지고 노동자 권리, 소득분배 등이 들어간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경제활동과 관련해 열심히 일한 다음에 휴식을 취하는 게 맞는다"며 "휴식을 취하다가 잠깐 일하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 회장은 "노동의 가치, 분배의 정당성 역시 시장경제에서 나온 개념"이라며 "모든 가치가 시장에서 나온다는 것을 전제로 경제 교육과정을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장을 전제에 깔지 않으면 노동의 가치 역시 측정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경제 교육이 이를 닦는 습관과 같다고 비유했다. 좋은 습관이 있으면 100년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신 회장은 "건전한 교육이 100년 경제를 책임진다"며 "이게 잘못되면 백년대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신 회장은 시안 방향성과 관련해 "시장경제와 동기부여 체계에 따른 구조가 균형 있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더해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와 그러지 않은 나라 간 비교는 물론이고 역사적 실증 사례까지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한국에서 시장경제를 적용하기 어려웠던 때 경제기획원(기재부)이 경제교육기획단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가르쳤고 이게 결국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이런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하며 지난 13일까지 전문가와 학계, 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의견을 수렴했다. 시안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경제 교과 관련 공청회와 각종 위원회의 심의, 향후 국가교육위원회 의결을 거쳐 12월에 최종 확정된다.

교육과정 시안은 정부가 필요에 따라 수시 개정한다. 박근혜 정부 때 마련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 일부 개정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교육과정을 또 고쳐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을 지난해 11월 공개했고, 그 후속 작업으로 교육부가 지난달 과목별 시안을 발표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17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24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에게 적용되고,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부터 중·고교에 적용된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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