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수상한 외화송금 '10조' 돌파..은행권 왜 몰랐을까?

권준수 기자 2022. 9. 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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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악된 국내은행의 수상한 외화 송금 규모가 10조원으로 늘었습니다. 상당수 외환거래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나온 자금이라는데 은행마다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오늘(22일) 현재까지 검사 과정에서 확인된 이상 외화송금 혐의 업체가 82개사라며 송금액 규모는 72억 2000만 달러(약 10조 1000억원)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이 대대적으로 은행권 추가 검사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달 중간 발표결과보다 업체 수는 17곳, 송금액은 6억 8000만달러(약 9500억원) 늘어난 것입니다.

은행별로 송금규모를 보면 신한은행이 23억 6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우리은행이 16억 2000만 달러로 두 번째였습니다. 이어 하나은행 10억 8000만 달러, 국민은행 7억 5000만 달러, 농협은행 6억 4000만 달러, SC제일은행 3억 2000만 달러, 기업은행 3억 달러, 수협은행 7000만 달러, 부산은행 6000만 달러, 경남·대구은행 각 1000만 달러씩, 광주은행 500만 달러 등입니다.
 

1년간 10조원이나 해외로 나갔는데, 왜 까맣게 몰랐나
문제는 왜 이제서야 이렇게 속속 밝혀지냐는 겁니다. 은행에서는 금융당국에 이상거래뿐만 아니라 고액거래를 모두 신고하게 돼 있습니다.

물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모든 거래를 낱낱이 파헤칠 수는 없습니다. 은행에서도 고객이 수입대금이라며 외화를 보내야 한다는데 물건까지 확인하기 힘든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일부 은행직원의 위법행위가 포착되면서 검찰도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이에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이) 책임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금감원은 "우리·신한은행 사례와 유사하게 여타 은행에서도 대부분 거래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법인 계좌로 모인 뒤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차익을 노린 거래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화' 자산이 가상자산 투기꾼들에게 10조원 이상 빠져나갔다는 겁니다.

수입대금 사전송금 명목에 신용장도 없이 은행에서 빠져나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에 송금된 외화는 대부분 수입대금 명목으로 나갔습니다. 확인된 82개사 중 3억 달러 이상 송금한 업체는 5개사(약 6%), 1~3억 달러는 11개사(약 13%), 0.5~1억 달러는 21개사(약 26%), 0.5억달러 이하는 45개사(약 55%)였습니다.

이 때 보통 은행에서는 송금하는 법인이 어떤 물품을 다루고, 평소 거래액은 얼마 정도였으며, 어느 나라의 무슨 기업으로 보내는 건지 확인합니다. 그러나 수입 과정에서 사전 송금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돈부터 보내고, 물건을 나중에 받는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금감원이 밝힌 송금 업체의 업종도 상품종합 중개·도매업 18개(약 22%), 여행사업 등 여행 관련업 16개(약 20%), 화장품·화장용품 도매업 10개(약 12%)였습니다. 금괴를 사온다거나, 화장품을 사오겠다며 해외로 돈을 먼저 보내는 겁니다.

이렇게 빠져나간 돈은 홍콩으로 71.8%(51억 8000만 달러) 대부분 흘러 들어갔습니다. 다음으로 일본 15.3%(11억 달러), 중국 5%(3억 6000만 달러) 순으로 많이 빠져나갔습니다.

송금액 규모가 점점 커지고, 수상한 부분이 살며시 들어나자 금감원은 은행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추가 발표에서 금감원은 "외국환 업무 취급 등 관련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법률검토 등을 거쳐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히 조치할 방침"이라며 제재를 예고했습니다.

"저희는 아니라니까요"…은행권 사전예방은 유명무실
금감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우리·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은행을 상대로 전면적인 검사에 돌입해 의심 사례를 추가로 파악했습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금감원에 사전 보고라도 했다고 하지만 다른 은행에서는 제각각 발뺌이 먼저였습니다.

취재가 이어지자 은행마다 관계자들은 "해당 부서에 물어봐도 우리는 그런 것 없다고 한다"라고 말하기 일쑤였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금감원이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전혀 이상 외환거래가 있었는지도 몰랐다는 거겠죠.

금감원은 다음 달까지 12개 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하고 필요하다면 검사 기간을 연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렇게 거액의 외화가 빠져나가도 정말 사전에 모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국내 금융 감시망이 취약한 걸까요?

은행권마다 횡령도 사전예방, 이상거래도 사전예방, 소비자 피해도 사전예방, 채용비리도 사전예방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은행별 내부통제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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