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해외 순방' 방어에 진땀 뺀 한덕수 총리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문광호 기자 2022. 9. 22. 17: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사회·문화 분야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은 22일 국회 본회의 마지막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을 ‘참사’로 규정하며 공세를 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교 참사가 아니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와 문재인 정부 정책을 소재로 역공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교육·사회·문화 분야가 주제였지만 초점은 외교에 맞춰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현지시간 21일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 “(미)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한 것을 특히 문제삼았다. 민주당 의원들과 한 총리가 질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이 XX, 저 XX는 윤 대통령이 대화 도중 늘상 사용하는 관용어구나 추임새 같은 것인가 보다”며 “참담하다. 대한민국 국격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국민들이 대통령 때문에 정말 쪽팔려서 어떡하느냐”며 “공식 행사장에서 미국 국회는 이 XX로, 미국 대통령은 ‘쪽팔려’ 한방으로 보내버리셨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어떤 상황에서 저런 말씀을 하셨는지 명확하게 여기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슨 얘기인지 명확하게 들리지가 않는다는 분들도 많더라”고 말했다. 보도된 윤 대통령 발언 내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김 의원이 대통령실이 언론에 보도 자제를 요청한 이유를 묻자 한 총리는 “비보도 요청은 제가 한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한 총리는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나는 몰랐다, 신문에서 봤다, 보고 못 받았다’(고 한다)”며 “이런 현안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오라. 그게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꼬집었다. 한 총리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물을 줄 예상을 못 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 대신 48초 간의 스탠딩 환담만 한 것도 비판했다. 김 의원은 “48초 스탠딩 환담을 위해 미국 순방길에 올랐고, 그 자리에서 대통령이 욕설과 비속어로 미국 국회와 대통령을 모욕한 것이 미국 순방의 전부라면 국민적 비판과 조롱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또 다시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 총리는 “저는 48초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회의가) 끝나고 나서 리셉션장에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충분하게 현안이나 그런 걸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 정상 간 환담은 짧게 이뤄졌다.

한·일 정상 간 약식 회담을 두고서도 김 의원은 “굴욕적인 일방적 구애”라며 “30분 회담 동안 얻은 성과가 무엇이냐”고 공세를 폈다. 한 총리는 “회담 내용은 상당히 유익했다고 보고를 들었다”고 답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사상 초유의 대형 외교 참사”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국익 차원에서 큰 손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한·일 정상 간 만남에 대해서도 “한국은 회담으로 격을 높였고, 일본은 간담으로 격을 낮췄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대일 굴욕외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한 총리는 “미국 측에서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외교 참사라는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다. 그게 어떻게 참사가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말실수 하나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상당한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회담 의제나 장소도 합의하지 못한 채 우리 대통령이 굳이 일본 총리가 있는 장소를 찾아가서 만난 것 자체가 국민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굴욕외교”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정치’와 인사 실패도 거론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성격을 두고 권인숙 민주당 의원과 한 총리 간에 공방이 오갔다. 권 의원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0일 ‘피해자가 상담을 받았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국가기관이 서로 협조하지 않아 벌어진 일을 피해자 탓을 하는 관성이 문제”라며 “장관 경질감”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런 집착형 잔혹 범죄의 경우 여성들이 피해를 보는 사안이 많았지만 반드시 여성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남성도 피해자가 좀 (있다)”이라며 “여성에 대해 특별히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배려가 필요한 게 아니다.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방침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외교 참사’ 공세에 적극 맞서기보다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가 박근혜 정부의 특혜 강요, 윤석열 정부식 감사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라며 “법치국가에서 이런 불법행위들이 자행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승수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민주당의 ‘정치탄압’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이 대표가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정해진 방어권을 행사하면 될 문제”라며 “보복 프레임은 구조적으로 안 맞는 구도”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거론하는 데 대해 “탄핵이라는 말이 그렇게 가볍게 쓰일 수 있는 말인지 의문”이라며 “깡패나 마약(사범), 부패 정치인 범죄를 수사해서 국민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 탄핵 사유가 되는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단 한 번의 채용으로 30년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노동시장의 과도한 경직성으로 세계 최악 수준의 노동생산성을 가진 국가가 됐다”며 “소득주도성장의 급진적 추진으로 임금만 급격하게 인상됐다”고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탈원전 정책, 태양광 사업도 문재인 정부 공격 대상이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