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혔던 한일관계 물꼬 튼 건 성과..'강제징용' 언급 없어 한계

박인혜,김규식,강계만 2022. 9. 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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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겪은 정상외교
당일까지 기싸움, 간신히 회동
韓은 회담, 日은 간담 표현 달라
"정상간 소통 계속" 만남에 의미
순조로울줄 알았던 한미 회담
영국 여왕 별세로 일정 뒤엉켜
한미 유동성 논의는 성과
시급한 통화스왑 문 열어

◆ 尹대통령 뉴욕 정상외교 ◆

윤석열 대통령(뒷줄 가운데)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NYU) 키멀 센터에서 진행된 디지털 비전 포럼이 끝난 후 학생들과 어울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4일 차인 21일(현지시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차례로 만난 것은 이번 순방의 성과로 분류된다. 특히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33개월 만에 성사된 것으로, 지난 5년간 사실상 꽉 막혀 있던 한일관계를 풀어낼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최근 양국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초강달러 기조 속 통화스왑 등 유동성 공급 협력의 문을 조금 더 열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22일 새벽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한일 정상 간 약식회담은 2019년 12월 이후 2년9개월 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양국 정상은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외교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 양국이 집중하고 있는 현안은 강제징용 문제"라는 발언과 상충되게, 실제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일본은 이번 만남의 형식을 '간담'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고, 우리는 '첫 약식회담'이라고 표현한 데서도 온도 차가 느껴진다.

일각에서는 일본 내에서 강경 우파들이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 만나 과거사 문제를 논한다는 것 자체에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해왔고, 이는 현재 2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기시다 총리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회담 당일 몇 시간 전까지 '한일정상회담 흔쾌한 합의'에 대해 부인하면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던 기시다 총리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밀당'도 이 같은 차원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양국 갈등의 원인이 된 각종 이슈를 직접적으로 꺼내는 것보다는, 회담 개최 자체에 의미를 두는 성격이 강하다. 다음 회담과 실무진 소통을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할 단계였다는 것이다.

미국과는 당초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순방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서거하면서 일정이 변경됐고, 바이든 대통령의 뉴욕 일정이 이틀에서 하루로 축소되면서 아예 회담이 무산되는 듯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아슬아슬한 만남이 이뤄졌다. 이후 저녁 리셉션 행사에서도 두 정상은 한 번 더 만났다. 이번 만남에서 실무진이 오랜 기간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합의해 온 각종 의제에 대해 이른바 '오케이' 사인을 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서 IRA, 금융안정화 협력, 확장억제와 같은 주요 현안에 관해서 협의를 했다"고 소개했다.

확장억제는 한미 간 대화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이슈지만, IRA는 당장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 금융안정화 협력은 초강달러로 환율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시급한 '현안'에 가까웠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은 '외환 시장에 대해 협력한다' 정도의 의미였다"고 설명하면서 "이번에는 조금 더 표현이 진전됐다.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장치의 실행'이라고 명확히 한 것이고, 정상 간 그 협력 의지를 직접적이고 분명히 표시했다는 의미"라고 부연설명했다. 또 그동안 '외환 관련 조치'라는 단어를 썼을 뿐 한미 통화스왑에 대해 콕 집어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유동성 공급 장치에는 다양한 것이 있는데, 통화스왑도 양국 외환당국 간 협의 대상이 되는 유동성 공급 장치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 백악관은 양국 정상이 "공급망 회복 탄력성, 핵심 기술, 경제와 에너지 안보, 글로벌 보건,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우선 과제에 관한 지속적인 협력도 논의했다"고 강조해 우리가 언급한 IRA 관련 이슈나 금융안정화 협력은 발표자료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측이 각자의) 선호도를 좀 (발표자료에) 담아내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최종 발표자료 작성에 있어 "미국 측과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드릴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뉴욕 = 박인혜 기자 / 도쿄 = 김규식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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