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어두운 전망에 시름 깊은 한은, 금리 인상하면 경제 안정될까

이재연 2022. 9. 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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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연내 '빅스텝' 가능성 시사
증권사, 우리 기준금리 정점 일제히 상향
연준 점도표, 미 정책금리 내년 4.50∼4.75%
환율·수입물가 안정에 도움 '불투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제공

미국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예고하자 한국은행도 연내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이제 우리 기준금리가 연 3.75%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하고 있다. 더 빨라진 미국의 통화긴축 시계가 한은의 발걸음도 재촉하는 모습이다. 물가와 경기 사이에 서 있는 한은의 딜레마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만큼 한은의 정책 실기 위험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당분간 점진적인 0.25%포인트씩 인상’ 본인 발언의)전제 조건의 변화가 국내 물가와 성장 흐름, 외환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에 앞으로 기준금리의 인상 폭, 시기, 경로 등을 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향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이상 올리는 등 더 공격적인 통화긴축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은은 물가와 성장 등의 전망 경로에 변화가 없는 한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나가겠다고 밝혀왔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곧바로 우리 기준금리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기준금리 정점 전망치를 연 3.25%에서 3.50%로 올리고, 한은이 10월에 빅스텝을 밟은 뒤 11월과 내년 2월에도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투자증권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 3.00%에서 3.25%로 수정하며 “금리 정점의 상단은 3.75%까지 열어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한-미 금리 역전이 원화 약세와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자칫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국내 인플레이션 심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미국의 물가가 연준의 통화긴축 시계를 앞당기고, 이는 다시 한은의 금리 인상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물가지표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너지·식료품 제외)인데, 연준의 점도표를 보면 이 지표의 올해 4분기 상승률(전년동기대비)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전망치 중간값은 4.5%다. 내년 4분기 전망치도 3.1%로 연준의 물가안정목표치(2%)를 크게 웃돈다.

미국 정책금리가 4%대 중후반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미 연준이 제시한 점도표를 보면, 정책금리는 내년 말까지 4.50∼4.75%로 오름세를 지속한 뒤 2024년에야 3.75∼4.00%로 내려올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1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려면) 물가상승률이 2%로 돌아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타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쪽의 이런 요인 대부분은 올해 한은의 ‘빅스텝’과 내년 추가 금리 인상에 힘을 싣는다. 지난달 미국 ‘잭슨홀 회의’에 참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로이터> 인터뷰에서 “한국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연준 통화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며 “한은이 연준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원-달러 환율 하락과 수입물가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금리 인상이 향후 경기 둔화를 초래하면 오히려 원화 가치를 더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아직까지는 외환시장에서 자본유출 위험 등 금리 요인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앞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더 커지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최근에도 원-달러 환율은 중국 경기 둔화와 한국 상품수지 적자 등 실물경기와 관련된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금통위 내부에서 “금리를 더 많이 올린다고 해서 무조건 환율이 내려올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금리 인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률은 올해 안에 정점을 찍을 전망이지만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하락하는 가운데 경기가 둔화될 경우에는 기준금리를 어떻게 운용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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