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석 벙커·에메랄드 해저드..'유혹의 함정' 넘겨야 온그린

조희찬 2022. 9. 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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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니처 홀'
(11) 남양주 해비치CC서울
인코스 12번홀(파4)
오거스타GC 연상케 하는 코스
눈부시게 하얀 길이 40m 벙커
모래 아니라 백운석으로 채워
에메랄드 빛 워터 해저드 만들려
염료에 자외선 차단제까지 투입
해비치CC, 시그니처 홀만 쉽다?
핸디캡 12번..어려운 홀 아니지만
해비치CC 전체 코스는 '고난도'
좁고 긴 페어웨이..장애물도 많아
"10타 정도 더 치면 선방한 것"
4번홀서 '생애 첫 홀인원'
화이트티서 160m 날아 홀에 쏙
골프 입문 10년 만에 꿈꿨던 홀인원
조희찬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경기 남양주 해비치CC 서울의 12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그동안 그려왔던 ‘생애 첫 홀인원’의 모습은 대략 이랬다. 화창한 날씨, 그림 같은 풍경, 높은 탄도의 아이언 샷, 2~3m 구른 뒤 ‘땡그랑’, 그리고 친한 친구들의 환호성….

그 꿈을 얼마 전 경기 남양주 해비치컨트리클럽(CC) 서울 아웃코스 4번홀(파3)에서 이뤘다. 화이트 티에서 4번 아이언으로 힘 빼고 쳤더니 160m를 날아 홀에 쏙 들어갔다. 평소 꿈꿨던 첫 홀인원 모습과 거의 비슷했다. 동반자가 그날 처음 만난 사람이란 것만 빼면. 골프와 인연을 맺은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염원했던 홀인원은 하필이면 일하러 간 취재 라운드에서 나왔다. 김민수 해비치CC 대표와 골프장을 함께 돌며 이 코스에 담긴 스토리를 취재하던 차였다. 친구들이라면 “한턱 쏘라”며 난리를 피웠겠지만, ‘초면’인 김 대표 입에선 연신 어색한 덕담만 나왔다. “(홀인원 한 사람이 통상 하는 것처럼) 오늘 저녁식사와 다음 라운드 대접하겠습니다. 날짜 주세요”라고 몇 번을 얘기해도 김 대표는 “오늘 저녁은 선약이 있습니다. 다음 라운드는 천천히 잡아보죠”란 답만 내놨다.

그렇게 시작된 어색한 동석. 1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캐디가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의 주인공인 해비치CC의 ‘얼굴’ 12번홀(파4·인코스 3번홀)입니다.”

 ○오거스타GC 빼닮은 벙커

해비치CC 서울 아웃코스 4번홀 전경


시그니처홀이라 그런지, 그동안 지나쳐온 홀보다 해가 잘 드는 느낌이었다. 그린 바로 앞에 40m 길이로 뻗어 있는 큼지막한 벙커는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얬다. 지난 4월 미국 남자골프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취재차 방문했다가 운 좋게 직접 라운드했던 오거스타내셔널GC의 벙커가 떠올랐다.

정말 그랬다. 모래가 아니라 석영(산소와 규소 원자로 구성된 광물)으로 벙커를 채운 오거스타GC처럼 이곳도 모래입자 크기로 쪼갠 백운석을 벙커에 담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모래가 아니라 돌조각이라 비가 많이 와도 배수가 잘된다”고 했다.

그린 앞에 자리잡은 워터해저드의 색깔도 여느 골프장과는 달랐다. 짙은 검은색 물은 거울을 닮았다. 그 안에 하늘과 구름이 담겨 있었다. 오거스타GC는 워터해저드가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녹색을 띠도록 염료를 탄다. 조화로운 풍광을 위해서다. 해비치CC의 ‘검은 물’의 정체도 염료였다.

이 홀은 블랙 티 387m, 블루 티 365m, 화이트 티 344m, 시니어 티 295m, 레이디 티 271m로 세팅돼 있다. 드라이버를 들자 캐디가 말렸다. 이날 화이트 티는 평소보다 10m 정도 홀과 가까운 곳에 놓였다. “워터해저드까지 230m예요. 살짝 내리막 경사여서 드라이버가 잘 맞으면 빠질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로 230m 나갈 정도로 ‘아주 잘 맞는’ 건 흔치 않다는 걸 잘 알기에 그냥 드라이버를 들었다. 정타로 맞은 공은 해저드 10m 앞 페어웨이에 멈춰 섰다.

 ○난도보단 ‘절경’으로 으뜸이 된 홀

멀리서 봤을 때는 분명 워터해저드 빛깔이 검정이었는데, 가까이 가니 에메랄드빛이었다. 김 대표는 “에메랄드빛을 지키기 위해 염료뿐 아니라 미생물을 없애는 제품과 자외선 차단제도 넣는다”고 했다. 바닥이 보이는 투명한 물은 아니었지만, 한눈에 봐도 깨끗했다.

이 홀은 ‘에메랄드 해저드’와 바로 옆에 있는 ‘백운석 벙커’를 넘겨야 그린에 닿도록 설계됐다. 캐디는 “해저드 너비는 80야드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편해서인지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다. 이 홀은 핸디캡 12번으로 어려운 편은 아니다. 김 대표는 “이 홀이 해비치CC의 얼굴이 된 건 어려워서가 아니라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했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15m. 피칭 웨지로 풀스윙하면 닿는 거리다. 그린 오른쪽을 겨냥했다. 오른쪽이 높은데다 홀 왼쪽으로 공간이 넓은 점을 감안했다. 살짝 감기긴 했지만, 공은 그린에 잘 올라갔다. 2퍼트, 파였다.

시그니처홀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해비치CC를 만만하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해비치CC는 어렵기로 소문난 골프장 중 하나다. “다른 골프장보다 10타 이내로 더 치면 잘 친 것”이란 얘기가 회원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한다. 남촌CC와 라데나CC 등을 설계한 1세대 골프장 설계가 김명길 씨가 밑그림을 그렸다.

한 회원은 “페어웨이가 좁고 긴 편(최대 전장 6649m)이라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며 “좋은 점수를 내려면 코스 곳곳에 심어놓은 나무와 벙커, 워터해저드 등 장애물을 이겨내야 한다”고 했다.

티잉 에어리어에는 켄터키블루그래스를 심었고, 페어웨이와 러프에는 중지·야지를 섞었다. 그린은 벤트그래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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