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였던 게임사, 반년새 3조 사라져..부동산투자 했다는데

진영태 2022. 9. 2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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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 상장사 현금성자산 분석
현금부자 크래프톤 60% 급감
단기금융상품에 1조8천 투자
넷마블은 세금만 4천억 납부
펄어비스는 사옥신축에 지출
게임제작사 스튜디오 등에
일부 투자했지만 많진 않아
본업 아닌 금융·부동산 투자에
향후 게임 경쟁력 악화 우려도
작년 말 7조원이 넘었던 국내 게임사들의 현금 보유량이 6개월 만에 4조원으로 뚝 떨어졌다. 본업인 게임 개발 비용이나 외부 개발사에 대한 투자보다 금융 상품, 부동산과 내부 주식 비용에 많은 돈을 지불한 결과로 향후 신작 게임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위메이드는 영업이익에 아직 포함되지 않는 가상화폐 관련 이익이 240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수직 상승하면서 향후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도 돌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증권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된 국내 29개 게임사 현금성자산을 집계한 결과 작년 말 7조356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올해 2분기 말에는 4조2980억원으로 42%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 6개월 만에 3조원 넘는 돈이 줄어든 셈이다.

시가총액 상위 10대 게임사 중에서 현금자산이 늘어난 회사는 더블유게임즈 단 1곳뿐으로, 나머지 9개 상장사에서 전체의 대부분인 2조9994억원이 줄어들었다.

코로나 엔데믹에 따라 게임사들 이익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이들이 일제히 투자에 나서면서 역대 최대 규모였던 현금자산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본업보다는 금융·부동산 투자에 큰돈을 할애하면서 향후 성장동력에 악영향도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 부동산 투자에 현금 활용

실제 시총 1위인 크래프톤은 작년 말 3조193억원에 달했던 현금자산이 올해 2분기 말 1조1936억원으로 감소했다. 크래프톤은 이 과정에서 1조8000억원어치의 1년 만기 단기 금융 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선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금융수익을 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8월 상장(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약 4조3000억원을 조달해 현금자산 부자 반열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크래프톤은 "상장 조달 자금의 70%를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후 같은 해 10월 미국 대형 게임 개발사 언노운월즈를 5억5323만달러(당시 기준 약 6500억원)에 인수하고, 성과에 따라 추가 2억5000만달러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본사를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약 1조원에 인수했다. 올 상반기 100억원 이상 투자한 곳은 피규어 제작사인 블리츠웨이, 그래픽 노블 업체 미소스스튜디오 등 2곳에 불과하다.

펄어비스와 위메이드도 부동산 투자에 현금을 활용했다. 펄어비스는 현금자산이 작년 말 243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1992억원으로 줄었고, 이 과정에서 과천에 지은 신사옥 비용이 이번 반기에 반영됐다.

현금자산이 400억가량 줄어든 위메이드도 경기 판교와 서울 역삼에 부동산 투자를 단행했다. 본사 확장을 위해 판교 옆 빌딩의 일부를 매입한 데 이어 한국토지신탁 컨소시엄에 합류해 역삼멀티캠퍼스 지분에 투자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현금성자산과 별개로 가상화폐 계정 평가액이 지난 1분기 2445억원에서 3636억원 수직 상승하면서 블록체인 사업에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 게임 개발사 투자 나서기도

카카오게임즈와 컴투스는 게임 개발 회사와 블록체인 회사에 대한 투자에 집중했다. 카카오는 상장을 추진 중인 '오딘:발할라라이징'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지분 획득과 함께 클라우드 게임 및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플레이어블월즈에 약 185억원, 미국 게임 개발사 프로스트자이언트스튜디오에 240억원 등을 투자했다. 플레이어블월즈는 클라우드 기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게임 유통 서비스 기능을 탑재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프로스트자이언트스튜디오는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의 핵심 개발자가 모여 2020년에 설립한 회사다.

컴투스는 메타버스·블록체인 관련 투자에 나섰다. 내년에 공개할 예정인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 자회사인 컴투버스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고 미국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 '5×5게이밍', 블록체인 게임 퍼블리싱 기업 '엑스포퓰러스', 일본 대체불가토큰(NFT)·블록체인 전문기업 '더블점프도쿄'에 각각 10억원 안팎을 투자했다. 컴투스는 지난해 서울 을지로3가 대형 오피스타운 투자로 신사옥 준공도 병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엔씨소프트·넷마블·넥슨게임즈는 별도의 투자보다는 각종 비용 집행으로 현금자산이 줄었다. 엔씨소프트는 2559억원에서 2168억원으로, 넷마블은 1조3537억원에서 7060억원으로, 넥슨게임즈는 587억원에서 411억원으로 감소했다. 엔씨소프트는 상반기 회사채 상환, 배당금, 상여금에 대부분을 썼다는 입장이며, 넥슨게임즈는 연초 넷게임즈와 넥슨GT가 합병하면서 생긴 주식매수청구권에 현금을 활용했다. 6000억원가량이 일시 감소한 넷마블의 경우 세금만 3000억~40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등 수년간 투자한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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