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삼성과 ARM 전략적 제휴 논의"..지분매각 협상 공식화

김규식,이승훈,오찬종 2022. 9. 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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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한국찾는 孫회장
"이번 訪韓 기대하고 있어"
삼성, ARM 직접 인수보다
소수지분 투자 가능성 커
삼성이 지분 많이 가져가면
파운드리 고객 이탈할수도
손정의 방한때 하이닉스와
국내 연기금 등도 만날 듯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 인수전에 삼성전자 참여가 구체화되고 있다. 독과점 등 여러 가지 이슈로 경영권 단독 인수는 쉽지 않겠지만, ARM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은 자회사인 ARM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이번 여행을 기대하고 있다"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이 이번 방한을 통해 ARM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접 협의할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 귀국길에서 ARM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영국에서)ARM 경영진을 만나지 않았다"면서도 "다음달에 (ARM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손정의 회장이 서울로 온다.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ARM을 인수한 뒤 2020년 미국 엔비디아에 매각하려고 했지만 주요국 규제당국의 반대 등으로 올해 초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뉴욕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최근 잇따른 투자 실패로 올해 상반기에만 약 500억달러(약 7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기존 투자자산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ARM도 이 가운데 하나다. 긴급하게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ARM의 지분 '쪼개기 매각'도 감수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언급한 '전략적 제휴'를 삼성전자의 ARM 소수 지분 취득으로 보고 있다. 현재 ARM은 소프트뱅크가 75%, 소프트뱅크가 주인인 비전펀드가 25%를 각각 가지고 있다. 경영권과 무관하고, 빅테크 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삼성에는 의미 있는 지분율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갈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ARM 지분 확보를 통해 설계 영향력을 키우게 될 경우, 고객사들은 자신들의 설계 자산이 삼성전자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다른 곳에 생산을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전자에 속해 있어 다른 전자업체로부터 일감을 수주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칩에서 파운드리 최대 고객인 애플은 삼성에 생산을 맡기지 않고 파운드리만 전문기업인 대만 TSMC를 이용한다.

삼성전자가 ARM의 소수 지분을 사더라도 가격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소프트뱅크의 ARM 매입 가격은 314억달러, 엔비디아와 협의했던 매각 가격은 400억달러다.

최근 얼어붙은 글로벌 투자 환경을 감안하면 ARM 지분을 이처럼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사려는 곳이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일각에서도 ARM 지분 투자 없이도 이들의 설계도를 계약을 통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지분을 매입해 경쟁사를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현재 ARM 인수와 관련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곳으로 SK하이닉스와 미국 퀄컴도 있다. 이들은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다음달 방한할 때 SK하이닉스 경영진과도 만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해외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국내 연기금 등과도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서울 = 이승훈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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