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만원짜리 '펭수 NFT' 만든 금손.."저도 웃돈 주고 샀어요"

정인선 2022. 9. 2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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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EBS '자이언트 펭TV' 한결 디자이너
'펭수의 하루' 3D 아트워크 NFT 2700만원에 팔려
프로필 그림용 NFT 600점도 15초만에 '완판'
한결 교육방송 ‘자이언트 펭티브이’ 디자이너가 23일 부산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에서 발표하고 있다. 두나무 제공

“자이언트 펭 티브이(TV) 유튜브·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다는 ‘찐팬’ 대부분이 펭수 그림을 프로필에 달고 있어요. 블록체인 기술로 디지털 파일의 원본성을 인증하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이용하면, 이런 팬들의 ‘소장 욕구’를 채워줄 수 있겠다고 봤어요.”

교육방송(EBS) 최고 히트작 ‘펭수’ 캐릭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식 굿즈(기념 상품)는 몇 종류나 될까? 생필품과 문구 같은 오프라인 굿즈부터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마트폰 배경화면 같은 디지털 굿즈까지. “없는 게 없는” 펭수 굿즈를 모두 그러모으면 2천여종에 달한다. 22일 부산 국제컨벤션센터(BPEX)에서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22’에서 <한겨레>와 만난 한결(30) 이비에스 ‘자이언트 펭 티브이’ 디자이너는 “이들 굿즈 대부분이 ‘펭수 좀 소장하게 해 달라’는 팬들 성화 끝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자이언트 펭 티브이는 ‘업비트 NFT’ 플랫폼을 통해 ‘펭수의 하루’ 3차원 그림 작품 한 점을 경매에 올렸다. 경매 시작 30분만에 7.5 이더리움(당시 약 2700만원)에 낙찰됐다. 업비트 NFT 누리집 갈무리

3D NFT 작품 2700만원에 팔려…프로필용 600점 무료 배포도

자이언트 펭 티브이는 지난 3월 국내 플랫폼 ‘업비트 엔에프티’에서 3차원 그림 작품 대체불가능토큰 ‘펭수의 하루’ 1점을 경매 방식으로 판매했다. 프로필 그림용 대체불가능토큰 ‘펭-하’, ‘눈치챙겨’, ‘펭러뷰’ 등 3종도 각각 200점씩 총 600점 한정 판매했다. 세상에 한 점 뿐인 ‘펭수의 하루’는 경매 시작 30분만에 7.5 이더리움(ETH), 당시 한화 가치로 환산하면 2700여만원에 낙찰됐다. 개당 5만원 상당이던 프로필 그림 시리즈도 15초 만에 모두 동이 나, 한 디자이너 자신도 2차 거래 시장에서 웃돈을 주고서 겨우 구매했다.

한 디자이너는 국내외 예술 시장에 대체불가능토큰 열풍이 불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대체불가능토큰 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디지털 예술 작가 비플의 대체불가능토큰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785억원)에 낙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던 디지털 예술 작품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통로가 생겼다고 느꼈어요. 창작자 입장에서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기술이 될 것 같다며 동료들을 설득했죠.”

지난 3월 자이언트 펭 티브이는 ‘업비트 NFT’ 플랫폼을 통해 ‘펭-하!’, ‘눈치챙겨’, ‘펭러뷰’ 등 프로필 그림용 대체불가능토큰 600점과 ‘펭수의 하루’ 3차원 그림 작품 한 점을 판매했다. 업비트 NFT 누리집 갈무리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간 프로필 그림용 대체불가능토큰들을 들여다보니, ‘희소성’은 있어도 정작 콘텐츠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자이언트 펭 티브이엔 탄탄한 세계관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펭수 캐릭터가 있었다. “가상자산과 대체불가능토큰 시장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처음 대체불가능토큰 판매 소식을 알렸을 때는 팬들이 부정적으로 볼까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대체불가능토큰이 뭔지’를 떠나서 ‘너무 갖고싶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아 놀랐어요.”

자이언트 펭 티브이는 대체불가능토큰을 구매한 팬들에 대한 감사 표시 차원에서 ‘베이비 펭-하’ 대체불가능토큰 600점을 추가 발행해 무료 배포했다. 누가 어떤 엔에프티를 갖고 있는지, 그게 원본이 맞는지가 모두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 투명하게 기록돼 있으니, 추가 발행·배포 과정도 수월했다. 이어 올해 7월에는 두 번째 프로필 그림용 대체불가능토큰 시리즈 ‘우주 펭수’, ‘우주선 펭수’, ‘펭수 로봇’ 등 3종을 각각 200점씩 총 600점 추가로 판매했다.

“NFT, 지적재산권 관리 수고 덜어”

자이언트 펭 티브이는 펭수 대체불가능토큰을 시작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지적재산권(IP)의 쓰임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는지 실험해 볼 계획이다. 그동안은 수많은 제작사와 유통사가 캐릭터 사용권을 어디까지 갖고 있는지 계약 내용을 관리하고, 도용 사례는 없는지 찾아내 제재하는 것만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한 디자이너는 “대체불가능토큰을 이용하면 이같은 관리 수고를 크게 덜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최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해외 사회관계망 서비스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체불가능토큰을 프로필 그림에 내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한 흐름도 한 디자이너에게 확신을 더해줬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라인 같은 기존 메신저 서비스에서 구매한 이모티콘은 그 서비스를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잖아요. 반면 대체불가능토큰은 서로 다른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넘나들며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무궁무진하죠.”

부산/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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