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입 앞둔 중입자 치료.."효과 입증 연구 필수"

박정연 기자 2022. 9. 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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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1993년 임상시험 부족으로 중단.."장기 영향 연구 필요"
연세대의료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중입자 치료기의 핵심 설비 중입자 가속기. 연세대의료원 제공

중입자 치료기는 체내 깊숙이 자리 잡은 암 세포에 탄소입자를 발사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 치료기다. 기존에 사용되던 양성자 치료기의 수소 입자보다 12배 무거운 입자를 사용해 짧은 시간에 더 큰 힘으로 암세포를 파괴한다. 양성자 치료기보다 2~3배 높은 암세포 살상 능력을 갖고 있어 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하는 횟수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처럼 기존 암 치료에 사용되던 치료기보다 훨씬 효과를 볼 수 있어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린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의료원은 내년 3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다. 암 치료에서 가장 최신의 기기가 도입되면서 국내 암 환자 치료 인프라는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암 환자들은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 일본과 독일 등에서 원정치료를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기 도입은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의료원 외에도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과 국립대병원인 제주대병원 그리고 세종시 등이 앞서 도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들 의료기관과 지자체의 계획대로라면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중입자 치료센터를 보유한 나라가 된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중입자 치료센터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 7곳, 중국 2곳, 독일 2곳, 이탈리아 1곳, 오스트리아 1곳 등이다. 대만에선 현재 1기가 시범운영 중이며 프랑스에선 내년 첫 도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1993년 중입자 치료 중단한 미국도 곧 재도입 예정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 도입 움직임이 바쁜 가운데 미국에서도 최근 중입자치료센터 설립 계획이 나왔다. 존스홉킨스 병원과 함께 미국의 양대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오클리닉은 2026년 시범운영을 목표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사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중입자 치료센터를 설립한 나라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에는 무거운 입자를 가속해 암세포 등을 파괴하는 연구소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1993년을 끝으로 더 이상 중입자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이 중입자 치료를 중단한 이유는 중입자 치료의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시험 결과가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운영되던 치료센터와 연구소에선 임상시험 데이터를 축적하려 했지만 치료기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중입자 치료와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다른 방사선 치료기를 구비한 시설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약 30년만에 재도입을 앞둔 미국의 의학자들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아놀드 퐁포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종양학과 교수 연구팀은 6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온콜로지’에 발표한 리뷰 형식의 논문을 통해 “중입자 치료보다 약한 힘으로 세포를 파괴하는 양성자 치료는 임상시험 결과 전립선, 폐, 유방, 간 등 광범위한 악성 종양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다”며 “중입자 치료는 물리적 특성과 생물학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이론적으로 뛰어난 치료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입자 치료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연구팀은 “중입자 치료의 효능은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확립될 필요가 있다”며 “새롭게 건립되는 중입자 치료센터에선 중입자의 역할을 조사하는 임상시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과적인 임상시험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도 미리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의료기관은 비용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자 수에 맞는 규모로 센터를 설립하고, 전문지식을 갖춘 방사선 종양학자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더 많은 중입자 치료 사례 확보를 위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초기 운영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의학자들 또한 중입자 치료의 확대를 위해선 부작용이나 효과에 대한 연구가 좀 더 활발히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중입자 치료기의 부작용이나 다른 치료법과의 효과를 오랜 시간 비교한 논문이 아직까지 없다”며 “새롭게 각광 받는 치료법인 만큼 앞으로 국내에서도 장기간 연구가 이뤄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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