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길이 같다는 추분(秋分)의 오해 [다시 보는 24절기]

2022. 9. 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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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秋分)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분기점이다.

24절기 중 유일하게 '나눌 분(分)'자가 들어가는 추분과 춘분은 이날을 기점으로 계절 바뀜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인터넷 등 각종 SNS에 등장하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도 사실과 다르다.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우 추분 이후 3일 정도 지난 26일이 되어서야 낮(일출 6시 23분)과 밤(일몰 18시 22분)의 길이가 거의 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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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지구 자전축·24절기 명칭 中 지역 기준
실제로 추분 이후인 3일뒤 밤·낮 길이 가장 비슷
'천고마비의 계절' 들녘 곳곳 황금빛 가을색 넘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알' 詩句에 절로 위로가..

[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추분(秋分)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분기점이다. 24절기 중 유일하게 ‘나눌 분(分)’자가 들어가는 추분과 춘분은 이날을 기점으로 계절 바뀜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하루평균 기온이 20도 미만으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인 추분을 가을의 시작으로, 반대로 기온이 20도 이상 유지되는 첫날인 춘분을 봄의 시작으로 여긴다.

인터넷 등 각종 SNS에 등장하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도 사실과 다르다. 지구의 지축이 기울어져(23.5도) 있고, 24절기의 명칭이 중국 베이징과 화북 지역을 기준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경우 추분 이후 3일 정도 지난 26일이 되어서야 낮(일출 6시 23분)과 밤(일몰 18시 22분)의 길이가 거의 같아진다. 이후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면서 동짓날 최정점을 이룬다. 이듬해 춘분에 이르면 낮과 밤의 길이가 다시 같아(낮 12시간, 밤 12시간)지면서 낮의 길이가 점차 길어진다.

추분이 지나면서 일교차는 더 벌어지고 하늘도 파랗고 높은 천고마비의 계절로 진입한다. 극성스럽던 모기도 자취를 감추고 텃밭의 벌레들도 월동 준비를 위해 땅속으로 들어가거나 눈에 띄는 경우도 그 움직임이 굼뜬 모양새다.

이른 추석 명절로 제 색을 내지 못했던 농작물은 이제야 제 빛깔을 찾아간다. 담장 밖으로 튀어나온 대추와 감은 서서히 붉은 연지를 바르기 시작하고 땡볕에 온몸을 맡긴 푸른 청양고추도 점차 농후한 붉은 빛을 띤다.

주렁주렁 달리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대추를 바라볼 때면 떠오르는 시(詩) 구절 하나.

2008년 교보문고 광화문 글판에 걸린 장석주 시인의 시(詩) 한 구절이 언론매체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됐다. 시인은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詩 ‘대추 한 알’ 중)’며 모진 고난과 시련을 묵묵히 견뎌낸 대추의 결실을 통해 대중에게 위로와 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전했다.

14년이 지난 2022년 9월, 녹록지 않은 현실에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대추 한 알. 장석주 시인의 말처럼 저절로 붉어지거나 둥글어지는 것은 없는 게 세상사 이치다. 노력 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없기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과 땡볕 두 달과 초승달 몇 달을 묵묵히 이겨낸 알찬 대추의 끈기와 노력 앞에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반면 어른 주먹만큼 자란 대봉 열매는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작은 바람에도 무참히 추락한다. 추수를 앞두고 땅바닥에 선명히 드러난 뭉개진 검붉은 흔적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쓰리고 아리다.

남의 허물에 대해서는 엄하고, 내 편의 허물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이 시대의 미생(未生)들에게 나를 숙이고 포용하는 대자연의 모습은 그저 곳간을 채우는 결실에 불과한가 보다.

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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