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중국 네티즌 "코로나 아닌 방역이 사람 잡는다"
지난 18일 새벽 2시 40분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의 한 산간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도로 옆으로 추락했습니다. 버스에는 47명이 타고 있었는데, 버스 기사와 방역 요원을 제외한 45명은 구이저우성의 성도인 구이양시 윈옌구 주민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구이양시를 떠나 260km 떨어진 리보현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와 한꺼번에 격리 시설로 이송되던 중이었습니다. 고강도 방역 정책인 이른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은 거주 지역에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만 나와도 그 일대 주민을 모두 격리 시설로 보냅니다. 지난 5월 수도 베이징에서도 1만 3,000여 명이 격리 시설로 이송됐습니다. 이번 구이저우성 고속도로 버스 사고로 숨진 사람은 27명입니다. 나머지 20명도 부상했습니다. 이 사고는 중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중국 4개월간 코로나19 사망자 0명…격리 시설 이송 중 27명 사망
이번 버스 사고는 2년 전 호텔 붕괴 사고보다 중국인들의 더 큰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팬데믹 초기 때라, 그만큼 방역이 중요했습니다. 당시엔 코로나19로 중국에선 하루에도 수십 명씩 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중국 방역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26일 이후 4개월 가까이 코로나19 사망자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고강도 방역 정책을 쓰고 있어 감염자가 적은 탓도 있지만,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의 치명률이 낮아진 원인도 있습니다. 정작 코로나19 때문에 숨지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방역 정책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숨진 것입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첫째 이유로 '인민의 생명 중시'를 꼽고 있습니다. 인민의 생명을 중시한다는 정책이 오히려 인민의 생명을 앗아갔으니 불만이 클 만도 합니다. 2년 넘게 이어진 강도 높은 방역 정책으로 도시 봉쇄가 거듭돼 생계에 타격을 입는 등 중국인들의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라, 이번 사고를 보는 시각이 더 곱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새벽 버스 운행 금지' 위반…"목표 달성하려 무리하게 이송"
주민들의 이송을 놓고도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왜 굳이 260km나 떨어진 곳으로 옮기려 했느냐는 것입니다. 구이양시는 구이저우성에서 가장 큰 도시인데, 격리 호텔이 부족했던 것일까요. 이에 대해 구이양시 당국은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중국 SNS에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문서가 올라왔습니다. '구이저우성과 구이양시 정부가 작성했다'는 문서인데, '9월 19일까지 구이양시 전역의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확보하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사회면 제로 코로나'는 봉쇄 혹은 통제 구역을 제외한 주거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중국의 지방 당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경우 이 '사회면 제로 코로나 달성'을 제1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공교롭게 버스 사고가 발생한 18일은 이 문서가 목표로 제시한 19일의 하루 전날입니다. 때문에 중국 네티즌들은 "구이양시 당국이 방역 목표를 달성했다고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주민들을 한밤중에 구이양시 밖에 있는 다른 도시로 보내려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문서가 실제 구이저우성이나 구이양시가 만든 문서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당국, 격리 시설행·사고 시간 등 제때 공개 안 해…SNS 단속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6906606 ]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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