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5G 시대 28㎓ 대역 시장 현황과 정책 방향

2022. 9. 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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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동국대 교수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서비스 만족도나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 논란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대부분 기지국 의무 이행률이 몇 %냐에서 시작해 서비스 불만족에 대한 정부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지엽적으로 기지국 숫자가 몇 개냐, 무엇을 잘하고 잘못했냐보다 '왜 5G가 그동안 다른 주파수 대역에 비해 많은 논란이 있는가'에 대한 근본 원인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5G 서비스 주파수 가운데 3.5㎓ 대역보다 28㎓ 대역 논란이 매우 많다. 내년이면 28㎓ 주파수는 이용 기간이 만료되기 때문에 정부의 5G 주파수 정책과 관련해 큰 틀에서 논의하고 부지런히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다행히 정부는 '28㎓ 대역 5G 민관 워킹 그룹'을 설치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28㎓ 활성화를 위해 민·관 전문가들이 뛰고 있다.

우리나라의 5G 현황을 살펴보면 우선 LTE 서비스에서 큰 만족을 느끼던 소비자에게 초기 5G 서비스의 품질 저하 문제는 큰 이슈였다. 그럼에도 가입자와 이용자 트래픽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용자 가운데 30%가 5G 서비스를 사용하고, 데이터 사용량인 트래픽은 이미 LTE의 2배 이상을 초과하고 있다. 3.5㎓ 대역보다 훨씬 많은 대역폭을 쓸 수 있는 28㎓ 대역이 통신 3사 모두에 할당되어 있음에도 실제 망 구축은 거의 3.5㎓ 대역 위주로 되고 있다.

지난 5월 초 정부 발표에 따르면 3.5㎓ 대역에 부여된 망 구축 의무는 이통 사업자 각사가 2만2500국인데 애초 계획보다 약 300% 이상 빠르게 구축한 데 비해 28㎓는 의무 수량을 간신히 넘긴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마저도 통신 3사가 공동으로 구축 수량을 사별로 인정한 실적이다. 5G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3.5㎓ 시장만 활성화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3.5㎓ 대역에 비해 왜 28㎓ 대역은 활성화가 부족한지 할당 당시부터 살펴봐야 한다. 2018년 5G 주파수 할당을 위한 경매 당시 새로운 세대인 5G를 보는 높은 기대감과 동시에 사업 실패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다. 3.5㎓ 대역은 기존 LTE 대역에 근접해 있고 서비스 형태도 비슷해서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을 때 실패의 우려가 다소 적었다.

하지만 28㎓ 대역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도 기존 주파수 대역과는 다르게 할당 대가나 이용 기간 등을 통상 수준보다 완화해서 할당했다. 사업자도 5G 활성화 명분으로 아직 한 번도 활용된 적 없고, 해당 대역에 꼭 맞는 서비스를 발굴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28㎓ 대역을 경매를 통해 낙찰받게 된 것이다.

지난해 말까지 투자와 노력을 통해 B2B 영역에 수요를 발굴하려는 나름의 노력을 했으나 아직 이를 사업화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지하철 와이파이 설치가 확대되면서 올해 4월 말 각 사가 28㎓ 대역 할당 취소 기준인 1500개의 기지국 구축은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할당 기준 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점은 논란이다.

왜 28㎓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을까를 고민해 보면 다음과 같이 이유를 찾을 수 있다.기술적으로 서비스 시작이 어려워서 투자비가 막대하게 소요되는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넓은 주파수 폭에서 높은 속도를 요구하는 서비스 수요가 없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소비자와 공급자 수요가 있어서 돈이 된다면 투자비가 많이 들어도 사업자는 투자를 지속할 것이다. 3.5㎓가 그렇다. 현재 통신이나 미디어 이용 행태를 보면 지금보다 높은 속도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서비스 대부분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스트리밍으로 공급되고, 인터넷 화면을 띄우는 데 몇 기가의 속도가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지금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이용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접속 지연 등에 대한 불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최소한 지금 환경은 시장에서 고대역폭이 필요한 서비스 수요가 없으니 서비스가 출현하기 쉽지 않고, 이에 따라 사업자가 투자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는 것이 현재 모습이다.

몇 년 전 주파수 정책에서 실패 사례로 분석되는 와이브로와 28㎓가 직면한 현실은 매우 유사하다. 킬러 콘텐츠 부재, 단말·장비·서비스 생태계 미비,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지 못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 사례를 봐도 소비자(B2C) 시장보다는 실질 수요를 반영한 기업(B2B) 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통 사업자엔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와 사업자 모두 5G 투자, 그 가운데에서 28㎓ 대역에 불확실성을 감수한다는 전제 아래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정책을 수행하며 경영 활동을 해 왔다. 처음 시도하는 초고주파 대역에 대해 정부도 어느 정도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정책을 마련했고, 사업자도 경매 당시 도전을 해본 것이다. 예측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실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 이제는 불확실한 판단을 거두고 기존 정책을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책 전환 방향은 다음과 같다. 먼저 28㎓ 대역은 전국망으로써 이통 사업자에게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기보다 특정 공간에서 활용하는 공간망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28㎓ 대역을 특화망으로 정의하고 관련 정책의 재정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와 함께 비면허 대역으로 전환해 누구나 28㎓를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연구하고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R&D 중심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28㎓ 대역 5G 민관 워킹그룹'을 활용해 정책 방향을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폭넓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ICT 분야의 환경 변화는 일상적이고, 앞으로도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과 경영도 유연하게 적응해 나가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마련하는 초석이며, 필요에 의해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결코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오픈루트 전문위원) yh.kim81@dgu.ac.kr

<필자>김용희 교수=정보통신기술(ICT)과 미디어 분야에서 많은 연구와 기고를 하는 전문가다. 미디어와 경영 관련 학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 관련 각종 연구반과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미디어 산업을 보는 폭넓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 사회·경제 효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미디어 컨설팅과 연구를 수행하는 오픈루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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