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에게도, 선수에게도 기회다..실험과 경쟁의 장이 될 코스타리카전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강인(가운데)이 22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대표팀이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9월 첫 실전을 치른다. 감독에게는 공언했던 실험의 장으로, 선수들에게는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경쟁의 장으로 그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에서 한국이 28위로 34위의 코스타리카보다 높고 역대 상대전적에서도 4승2무3패로 앞서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을 시작으로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는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벤투 감독은 지난 19일 소집 때 “이번 A매치 2연전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비대면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건 전술과 관련된 말”이라며 전술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했다.

한국은 코스타리카에 이어 27일에는 카메룬을 상대로 평가전을 갖는다. 카메룬전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한 가나를 염두에 둔 모의고사다. 한국은 6월에도 이집트를 ‘가상 가나’로 삼아 평가전을 했지만 이집트는 선수 구성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가나와는 완전히 다르고 에이스인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도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카메룬은 가나와 선수, 스타일이 흡사하다. 즉 베스트11을 점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고, 벤투 감독이 변화를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큰 폭에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코스타리카전은 H조 상대들을 염두에 둔 모의고사라고 하기에는 같은 대륙도 아니고 뭔가 부족하다. 주전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파리생제르맹)와 에이스 옐친 테헤다(에레디아노) 등이 명단에서 빠지는 등 전력도 100%가 아니다. 오히려 베테랑 선수 일부가 빠지고 새로운 어린 선수들이 합류했는데, 한국을 상대로 이들을 테스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도 나쁠게 없다. 벤투 감독이 공언한 전술적 실험을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마음껏 할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코스타리카전과 카메룬전 모두 다른 전술로 임할 계획”이라고 했다. 카메룬전에 플랜A를 쓸 가능성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코스타리카전이 전술과 선수 구성 모두에 변화를 통한 실험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반대로 그 동안 출전 기회가 없었거나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경쟁의 무대다. 월드컵 엔트리가 확대됐다고는 해도 갈 수 있는 인원은 26명 뿐이다. 코스타리카전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보여야 월드컵 무대에 나설수 있다.

팬들의 두근거림은 어느 때보다 높다. ‘뜨거운 감자’였던 이강인(마요르카)의 활용법이 코스타리카전을 통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 미드필더부터 2선, 최전방에 때로는 측면까지도 소화하는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전술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다만,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중용할 경우 역할이 일정 부분 겹치는 ‘황태자’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어 이강인을 ‘교체 옵션’으로 쓸 가능성도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일 훈련 때 이강인과 따로 4분간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에 대해 벤투 감독은 “이강인이 선발로 나갈지, 경기 중 투입이 될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주위에서 이강인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감독인 내 입장에서는 개인이 아닌 팀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강인 외에도 오랜만에 합류한 손준호(산둥)가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홀로 고군분투해왔던 정우영(알 사드)의 부담을 덜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또 깜짝 발탁된 2002년생 막내 양현준(강원)가 출격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