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승계 시 상속세 공제 혜택 확대 '위헌 소지'..전문가들 "결국 부자감세"

국회입법조사처가 정부의 ‘가업 상속시 상속세 공제 혜택 확대’ 정책이 조세평등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의 가업 승계를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 정책 취지이지만 고용과 생산성 증가로 이어질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위헌 여부를 묻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헌법상 평등원칙을 조세법에 적용한 ‘조세평등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조세평등원칙의 예외가 되려면 ‘비례의 원칙’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가업 상속시 혜택을 주는 것은 고용 유지와 노하우 승계가 명분인데, 혜택이 실제로 사회 전체적인 고용과 생산성 증가에 기여하는지 엄밀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중 하나로 가업승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업 상속으로 상속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범위를 연 매출액 4000억원 이하 기업에서 1조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하고, 혜택을 받은 기업이 가업 상속을 지속하는지 사후 관리받는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을 확대하려면 심사제도를 함께 강화해야 ‘법익의 균형’이 맞다고도 했다. 공제 대상 기업을 늘릴 경우 110개 중견기업이 혜택을 받는다고 추산했는데, 이들 기업이 혜택을 받아야 할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독일의 사례도 언급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가업상속 시 세금을 감면받는 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위헌 제청에 ‘사회적 이익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제도가 정당성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가업 승계가 기업 존속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이익에 부합할 때만 합헌적이라는 취지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22일 “같은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지 않으면 기업이 존속 불가능한 경우’에 한해서 혜택을 주고 있지만, 한국에는 이 같은 ‘가업’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기업을 자녀가 물려받든, 외부인이 물려받든 차이가 없는데 사실상 부를 상속하는 제도로 오용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사후 관리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축소하는 방안은 명분을 전혀 찾을 수 없다”며 “5년만 참고 견디면 상속세 공제분이 고스란히 상속인의 몫이 되는 것이다. 결국 알짜배기 중소·중견기업이 상속세를 덜 낼 수 있게 하는 방안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신영대 의원은 “가업상속공제 제도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부자감세와 다르지 않고 결국 세수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에서 강조하는 재정건전성 강화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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