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명단 공개..'정치적 중립성' 보이지 않는다

이유진 2022. 9. 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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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7일 박근혜 대통령(맨 왼쪽)과 참석자들이 서울시 은평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6년 여성신년인사회에서 박수치고 있다. 맨 오른쪽이 이배용 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사회적 합의로 중장기 교육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장에 교육정책 비전문가이자 박근혜 정부 ‘친일·독재 미화’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 주역인 이배용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을 임명해 교육계와 역사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전 원장과 함께 지명한 나머지 위원 4명 역시 보수 일색의 정치색 강한 인물들이어서, 대통령 스스로 국교위법 제1조가 강조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교육부는 국교위 위원 21명 가운데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교원단체 추천 2명을 제외한 1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을 지명하는데 이배용 전 원장을 상임위원으로 지명하고 위원장으로까지 임명했다. 국교위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에 출석해 발언할 수 있고, 국무총리에게 의안 제출을 건의할 수도 있다.

역사학계에서는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친일·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폐기된 국정교과서 발간을 주도한 전력만으로도 위원장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교육부가 발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백서’를 보면, 이 위원장은 청와대의 추천으로 역사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오수창 서울대 교수(국사학과)는 이날 <한겨레>에 “이 위원장은 반민주주의적인 국정교과서를 추진한 주역으로, 현 정부 교육 정책의 난맥상이 바로잡히기는커녕 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이 위원장이 교육정책 비교육전문가라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앞으로 국교위는 교육정책의 각축장 내지는 용광로가 될텐데 위원장이 교육정책의 역사와 맥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위원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통화에서 “(대통령 추천 위원들이) 치우쳐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위원장으로 소통하면서, 개인의 의견도 존중해가면서 잘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교육부가 공개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명단.

앞서 지난7일 국민의힘이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를, 더불어민주당이 정대화 한국장학재단이사장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정치적 상징성이 강한 위원들의 면면이 공개되면서 국교위가 건설적인 논의 대신 정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들 역시 보수적 정치색이 강하고 교육 전문성이 떨어져 향후 위원들 간 합의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갈등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은 우파 경제학자로 교육예산을 학부모에게 나눠주고 학교를 선택하게 하라는 등 ‘공교육을 뒤엎자’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보장하는 ‘유치원 3법’에 대해 “사립유치원을 국가가 몰수하겠다는 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경영학과)는 과거 한나라당 제17대·18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보수 교육학자인 천세영 충남대 명예교수(교육학)는 뉴라이트 성향 교수 모임인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 회원으로 활동했고, 2011년에는 ‘무상급식’ 반대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강은희 현 대구시교육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인물로, 2015년 새누리당 ‘역사 교과서 개선 특위’ 간사로 일하며 역사 국정 교과서 추진에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정당 추천 위원들은 교육에 대한 입장 차이를 반영해 추천할 수 있다지만 대통령 지명 위원은 중립성을 갖췄어야 했다. 현재 위원 구성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도모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대통령실로부터 21일 명단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임명 이유 등은 전달받지 못했다”며 “향후에도 대통령실에서 추가적인 설명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교원단체 추천 2명을 제외한 국교위 위원 구성이 마무리됐고, 대통령령인 ‘국가교육위원회 직제안’이 27일 시행된다는 점을 들어 이날 국교위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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