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디지털성범죄 피해 지원, 익숙해질 만하면 '계약 해지'

이주빈 2022. 9. 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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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직무분석 연구' 보고서
근속기간 12개월 기준, 업무 실적 2~3배 증가
현실은 1년 미만 비정규직이 절반 육박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노동자의 근속 기간이 1년을 넘으면, 미숙련 노동자보다 평균 2배 이상의 업무실적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센터) 노동자의 근속 기간이 1년을 넘으면, 미숙련 노동자보다 평균 2배 이상의 업무 실적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 인력 가운데 비정규직이 절반에 이르고 있어, 지속적인 디지털 성착취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인력의 정규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겨레>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직무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근속 기간 12개월을 기준으로 직원 1인의 업무실적이 2~3배 증가하므로 정규직·무기직 1인이 단기계약직 2~3인을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이 담겨있다. 직원들의 근속 기간이 12개월을 넘으면 초기 숙련 기간보다 평균 2배의 업무실적을, 36개월이 넘으면 3배의 실적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고려대학교 세종산학협력단이 지난해 11월 센터 운영기관인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제출한 연구용역보고서다.

현재 센터 노동자는 39명인데, 이 가운데 46%(18명)가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비정규직이다. 2020년에는 74%(전체 67명 중 50명), 2021년에는 56%(전체 39명 중 22명)가 비정규직이었다. 센터는 2018년 4월 출범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 기관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촬영물 삭제, 유포 현황 모니터링, 수사·의료·법률 연계 지원 등을 제공한다.

보고서는 직무유형별로 근무 기간이 지남에 따라 초기 숙련 기간에 견줘 업무실적이 얼마나 향상되는지 조사한 결과도 담았다. 상담·연계지원은 2배(6개월)→2.3배(12개월)→2.6배(24개월)→3배(36개월)로 향상됐다. 삭제지원은 1.5배(6개월)→1.8배(12개월)→2.3(24개월)→2.6배(36개월)로 향상됐다. 디지털 성착취물 유포를 예방할 수 있는 ‘사전추적’ 업무도 1.5~2배(6개월)→2.6배(12개월)→3배(24개월)→3배 이상(36개월)으로 근무 기간에 따라 업무실적이 빠르게 향상되는 추세를 보였다. 사전추적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발견하면 피해자의 접수가 없더라도 선제로 삭제를 요청하는 지원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는 업무 숙련을 하기 전에 계약에서 해지된다. <한겨레>가 센터 출범 뒤 이곳에서 일한 전체 기간제 노동자 139명(정규직으로 채용 전환된 노동자 5명 제외)의 노동계약 기간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간제 노동자의 평균 계약 기간은 최소 1달 미만에서 최대 11개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계약 일수는 196.2일이었다. 센터에서 일한 적 있는 ㄱ씨는 “센터 업무 특성상 불법촬영 사건과 촬영물 등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센터를 나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점을 짚으며 “제한된 인력으로 피해자 24시간 상담, 성범죄 피해촬영물 삭제지원 및 모니터링,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 사전추적 업무들을 수행하면서 직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단기계약직 임기제 직원 위주의 사업운영과 잦은 이직으로 사업수행의 단절 등에 의해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112나 119 같은 긴급신고 접수업무도 근속연수에 따라 대응 수준이 달라져 최근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들을 배치한다”며 “늘어가는 디지털 성범죄에 전문성을 갖춰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센터 노동자의 정규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내년에는 센터 정규직을 3명 더 늘려, 그 비율이 62%까지 높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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