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헌 "'빅마우스' 최종 빌런, '얄밉다'는 말 기분 좋아" [인터뷰 종합]

연휘선 2022. 9. 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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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주위 동태까지 파악하면서 손짓 한번으로 영리하게 연기한다. 연기 한 우물로 남다른 내공을 판 남자, 배우 김주헌이다.

지난 17일 종영한 MBC 드라마 '빅마우스'(극본 김하람, 연출 오충환·배현진)는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이종석 분)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며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로 몰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 가운데 김주헌은 최종 보스 격의 악역 최도하 역으로 열연했다. 드라마가 1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하고 김주헌 또한 애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상황. 20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김주헌과 만나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주헌은 작품을 마친 소감에 대해 "가장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시청자 여러분들이 끝까지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우리 작가님 방대한 대본을 쓰시느라 정말 고생하셨다. 거기에 감독님은 최도하라는 역할을 저한테 주셨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김주헌이 감사하며 최도하라는 역할을 받은 데에는 오충환 감독과의 인연이 있었다. 앞서 김주헌이 오충환 감독이 연출한 tvN 드라마 '스타트업'에 특별출연했고, 이를 눈여겨 본 오충환 감독이 정식으로 작품에 출연을 제안한 것이다. 특히 김주헌은 "오충환 감독님이 저한테 '형한테는 선한 분위기 악한 분위기 둘 다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이 제대로 나빠지면 어떨까 싶더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며 최도하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던 것에 대해 감격했다. 

실제 '빅마우스' 안에서 최도하는 단순히 '빌런', '악역' 등으로만 표현하기에 복잡한 감정과 단계를 가진 인물이었다. 드라마가 부패한 특권층의 민낯을 강조한 만큼, 그 수뇌부에 자리한 최도하의 악행은 강력했다. 그러나 동시에 극 중 최도하는 어린 시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겼던 인물로 자신의 복수를 위해 성공했고,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김주헌은 진심과 속내는 감추되 악어의 눈물까지 흘릴 줄 아는 최도하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연구를 거듭했다. 

특히 그는 최도하와 함께 빌런으로 활약한 공지훈 역의 양경원을 언급하며 "최도하는 공지훈과 반대로 가면 됐다. 그런데 양경원 씨가 기본 틀을 너무 잘 잡았다. 그래서 그 옆에서 항상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도하는 조생각해서 최대한 작품에 스며들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주헌은 "결과적으로 상대 배우 분들이 너무 좋은 리액션을 보여주셔서 제가 부족한 순간에도 합을 통해 연기가 완성됐다. 최도하가 시장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할 때도 제가 일부러 힘을 주는 게 아니라 나를 본 상대방이 허리를 숙이면서 자연스럽게 최도하의 카리스마가 완성되는 식이었다"라며 함께 호흡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에 그는 양경원 외에도 타이틀 롤의 이종석은 물론 다양한 씬에서 함께 한 고미호 역의 임윤아, 극 중 아내 현주희 역의 옥자연 등에 대해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정말 연기 너무 잘하더라"라며 호평을 늘어놨다. 

함께 호흡하는 연기를 중요시한 결과, 김주헌은 최소한의 절제된 표현 만으로도 캐릭터의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극 중 장례식에서 상주 노릇을 하며 침울해하던 최도하가 박창호와 포옹한 뒤 눈물을 털어내는 작은 손짓으로 이중적인 반전을 보여준다거나, 토론 장면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입꼬리만 끌어올리며 소름을 유발하는 식이었다. 

김주헌은 "최도하는 계속해서 정적인 걸 유지하는 인물이었다. 1시간을 정적으로 있었으니 1초만 움직여도 충분할 것 같다고 봤다"라며 절제된 표현으로 감정을 전달하려던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장례식에서 눈물을 훔치거나 토론회에서 하관만 보인 채 웃는 장면은 애드리브였다"라며 "그런 장면들이 주는 아이러니함이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와, 얄밉다'라고 들은 기억이 있다"라며 웃었다.

이처럼 섬세하게 '빅마우스'를 완성한 김주헌이지만 정작 작품의 인기를 피부로 체감한 순간은 드물었다. SNS에 우연히 올린 촬영 현장 사진에 댓글과 '하트'가 폭발한 것 외에는 직접 칭찬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고. 그도 그럴 것이 김주헌은 오전 6시에 일어나고 하루를 일찍 마감하는 규칙적인 일상을 선호했다. 그는 "오전에 운동하고 웬만하면 빨리 자려는 편이라 특별히 누군가를 만나지도 않고 루틴 대로 살아가는 걸 선호한다. 만나는 사람들은 보통 현장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루틴에 대한 강박은 안 가지려고 한다. 오히려 정해진 일과를 지키는 데에서 스트레스를 푼다. 이걸 지키지 않는 데에서 스스로를 놔버리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다. 배우처럼 불규칙한 일을 할 수록 스스로 정해진 루틴을 짜지 않으면 더 안 좋은 것 같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작품에 임하며 느끼는 중압감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라고 표현하기 싫다.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쉽던 예전에 비하면 작품을 하면서 받는 압박감은 얼마나 좋은 건가 싶다. 내가 해내야 하는 일일 뿐이다. 창작에 대한 고통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지금은 그저 행복하다. 이렇게 작품을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것 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김주헌은 연기에 대해 "여백을 채우는 묘미가 있다. 무엇보다 제가 그런 걸 표현하면 놓치지 않고 잡아주시는 게 좋다"라고 말하며 눈을 빛냈다. 그는 "다채롭게 연기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작품을 함녀서도 '내가 캐릭터를 잘못 잡았나?'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다"라며 연기에 임하며 끊임없는 고민을 강조했다. 이에 그는 "선악이 공존하고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들을 해보고 싶다. 한편으로는 한없이 정의롭다가도 한편으로는 절대악인 인물도 해보고 싶다. 같은 선역, 악역 안에서도 다들 결이 다를 것 같다"라며 끊임없는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이 같은 열정 덕분일까. 김주헌은 '빅마우스'는 물론 비교적 짧게 등장했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모범가족' 등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며 호평받았다. 최근에는 한국 최초 SF 로맨틱 코미디로 주목받는 새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와 시즌2에 출연했던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시즌3 출연까지 확정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뭘 해도 되는 기세에 김주헌은 "제가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겸손을 표하며 "얻어걸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게 어디 있나 싶을 정도로 감사하고 다들 대본이 너무 좋아서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해야 매력적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맡은 우주비행사 역할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며 외적인 변화도 시도 중이란다. 이렇게 '연기' 하나로 깊이 있게 승부하는 뚝심이라니, 김주헌의 발자취에 기대가 쏠린다. 

/ monamie@osen.co.kr

[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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