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라이프스타일..계절의 기준 '음력'
양력은 기독교를 기반으로 서양에서 만든 시간이다. 과학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음력은 농경사회가 시작된 이후 기후에 철저하게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날씨’를 겪고, 관찰하고 또 관찰한 끝에 정리한 천문이다. 양력 시간이 태양계와 지구와의 과학이라면, 음력의 시간은 태양계의 시간은 물론 우주에 떠 있는 주요 행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화학적 현상까지 고려한 라이프 사이클이라 할 수 있다. 달의 기운이 세질 때 무한 갯벌이 펼쳐진다는 것을 양력이 알려주지는 않지 않는가.
올 여름, 더위에 찌들어 살던 8월7일경 입추에 접어들었다. 당장 쪄 죽을 지경인데 무슨 바람이 선선해 진다는 말인가. 하지만 어느 순간, 카디건을 챙기게 되고 청량한 바람 한 점이 당신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는 느낌을 확인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입추가 오면 농사 짓는 사람들은 하우스 보온 대책을 세우고 의류 브랜드에선 이미 세워둔 추동복 판매 전략을 점검한다. 보라, 더워서 미쳐버릴 것 같았던 여름은 이제 영원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2023년이 오면 비슷한 패턴의 여름이 진행될 것이다.
매년 같은 계절을 유난스럽게 보게 되는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와, 미디어의 거듭된 이슈화 때문이다. 그래서 음력과 24절기를 계절 변화의 주요 시점으로 삼고 생활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미 양력(이하 모든 날짜 양력 통일) 8월23일쯤 처서를 맞아 더위가 멈추어 가는 것을 느꼈고, 9월8일 백로를 지나면서 아침에 자동차 앞 유리에 물기가 잔뜩 끼어 있는 모습을 무심코 지나치기도 했다. 24절기를 인지한 상태에서 계절을 맞는 것은 ‘그럴 줄 알았어, 당연한 현상이지’라는 여유를 갖게 해 주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9월23일 무렵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아지며 이후 밤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맘때엔 저녁 시간 활용에 대한 새로운 루틴을 설계하기도 한다. 10월8일경 한로가 오면 이슬의 온도가 차가워진다. 이것은 날씨가 본격적으로 쌀쌀해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절기는 몸의 보온을 요구한다. 10월23일은 상강으로 쾌청한 날씨가 지속되고 밤이면 서리가 내릴 정도로 스산한 날씨가 본격 시작된다. 앞으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11월7일은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이다. 김장을 하는 사람들은 이즈음 절인 배추와 양념을 준비하곤 한다. 11월22일 소설, 12월7일 대설 기간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고 하는데, 산간지역에서는 절기대로 눈을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는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12월22일경은 밤이 가장 긴 동지이다. 결정적으로 본격 추위가 시작되어 사람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만든다.
[글과 사진 아트만]
[*글에 등장하는 날짜들은 양력 기준이며, 절기는 음력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매년 날짜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7호 (22.09.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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