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이조 산책..아직도 산책만 하세요?

2022. 9. 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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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자면 실외 배변 특화견 수리와의 하루 세 번 산책이 요즘 부쩍 버겁다.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강타한 때는, 매일 세 번씩 비를 홀딱 맞다 보니 울분이 쌓였다. 반복되는 산책에 변화를 주어야 할까.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산책이 필요하다. 나한테 말이다.

▶걸을수록 깨끗해져요

‘플로깅’이란 단어를 심심찮게 듣는다. 몇 해 전 스웨덴에서 시작된,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보호 운동을 가리킨다. 전 지구적 유행이 된 이 플로깅이 반려견 세계로도 전파되었다. SNS나 블로그에서는 반려견과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꽤 목격된다. 반려인들이 플로깅 산책을 시작한 이유는 비슷하다. 반려견과 산책하다 보면 안전을 이유로 땅바닥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만큼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자꾸 들어온다는 것. 그중에는 누군가 치우지 않고 떠난 개똥도 제법 많다. 나의 경우 수리 똥을 줍다가 근처에 보이는 똥이 있으면 같이 줍긴 하지만, 본격 플로깅은 엄두가 안 나 SNS를 보며 감탄만 하고 있다. 하지만 산책의 단조로움과 무료함을 극복해야 할 이 시기에 플로깅 산책은 솔깃하게 다가온다.

플로깅 산책에 관심이 있다면 ‘풉로깅’(배변Poop+플로깅Plogging)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마침 반려동물 브랜드 ‘빌리스벳’에서 오는 10월21일부터 사흘 동안 풉로깅 캠페인을 연다. 풉로깅 티켓(2만5000원)을 구매하면 장갑과 비닐봉투, 티셔츠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품이 택배로 도착한다. 용품을 착장하고 행사 기간 동안 장소에 상관 없이 반려견과 산책하며 쓰레기 봉투를 가득 채우면 된다. 풉로깅 장면을 촬영해 인증하면 선물을 주고, 티켓 금액에서 2000원은 동물 구조 단체에 기부된다. 주변 시선이 의식된다면 뜻 맞는 반려인 몇이 모여 소모임으로 참여해도 좋겠다.

▶우리 동네 안전 이상 무!

일석이조 산책에 관한 흥미로운 소식이 또 있다. 서울 강동구에 출현한 ‘반려견 순찰대’ 이야기다. 형광 조끼를 입고 동네 순찰에 나선 개들은 전문 훈련을 받은 순찰견이 아니다. 하루 한두 번씩 산책을 나오는 보통의 반려견들이다. 이들은 반려인과 함께 동네를 돌며 안전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발견하고 신고해 조치를 취하게 하거나, 어두운 밤길이나 으슥한 데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범죄를 사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강동구의 민원 전화 120번에 접수되는 신고량은 5월 84건에서 반려견 순찰대가 활동을 시작한 6월에 34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새벽에 산책을 하다가 대형 트럭 바퀴 아래 잠든 취객을 발견해 가족에게 돌려보낸 일도 있다. 덕분에 반려견을 보는 눈길이 한층 부드러워졌고, 반려인들도 지역 사회에 도움이 되어 자긍심을 느낀다고.

반려견 산책이 많은 곳이 범죄율이 낮다는 사실은 증명된 바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이 콜럼버스 지역을 대상으로 가구별 반려견 보유 현황과 범죄 통계를 분석한 결과, 반려견이 많은 지역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강도 사건은 3분의 2, 살인은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반려견 산책과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강동구, 서초구, 송파구에서는 반려견 순찰대를 추가 모집 중이다. 모집이 완료되면 450마리의 대원이 활동하게 된다. 이들은 동네 순찰뿐 아니라 ‘독거 어르신 말벗 산책’과 ‘초등학교 등하굣길 순찰대 동행’에도 손을 보탤 예정이다. 신청한다고 모두 반려견 순찰대가 되는 건 아니다. 반려견의 사회성과 반려인의 반려견 통제력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또 반려견 순찰대가 되어도 지속적으로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반려견 순찰대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47호 (22.09.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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