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성 강한 국가교육위원..교육백년대계 대신 갈등만 양산 우려

이호승 기자 서한샘 기자 2022. 9. 22. 15: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5명, 여당 3명, 야당 추천 5명 등 19명 위촉
대통령·여야 추천위원 중 정파성 강한 인물들 포함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8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찬성 165인, 반대 91인, 기권 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1.7.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서한샘 기자 = 중장기 교육정책을 논의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위원 구성을 완료하고 오는 27일 공식 출범하게 됐지만, 정치적 성향이 강한 위원들이 상당수 포함되면서 정파와 정권을 초월한 교육정책 수립이 가능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22일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을 위원장(장관급)으로 하는 19명의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21명 중 교원단체 추천 인사 2명은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이들을 제외한 19명만 확정했다.

이날 발표한 19명의 위원은 대통령 지명 위원 5명, 국민의힘 추천 위원 3명, 더불어민주당 추천 위원 4명 등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야가 지명·추천한 위원 중 정치색이 뚜렷한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령이 지명한 5명은 이 전 총장과 강은희 대구광역시교육감, 강혜련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정호 서강대 겸임교수, 천세영 충남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다.

이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부가 추진한 한국사 국정교과서 편찬에 깊숙하게 관여한 인물이다. 이 전 총장은 지난달 대통령실로부터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인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이 전 총장의 국교위원장 내정설이 나오던 지난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 전 총장에 대해 "사실상 정치인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이라며 "이런 인물이 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위원회 설립 취지인 사회적 합의, 정치적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육감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냈는데, 보수 성향이 뚜렷한 인물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자인 천 교수는 '중도·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 온 보수 성향 교육학자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김태준 동덕여대 부총장(상임위원), 김태일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 의장,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 운동본부대표(이상 위원)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 부총장은 이명박 정부 때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지내고 2016년 국회의원 선거 때 인천서구·강화을 예비후보로 뛰었던 인물이다. 김 부총장은 지난 대선 때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한국교수협의회'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지지선언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태일 의장은 과거 자유한국당 중앙대학생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의장이 이끌던 신전대협은 지난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직무배제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직무배제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대자보를 전국 100여개 대학교에 붙이기도 했다.

야당 추천 인사들도 정치 성향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추천한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2019년 자신의 SNS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옹호 글을 올린 것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옹호글이 논란이 되자 "정치학자적 관점에서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2020년 12월에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 결과에 대해 자신의 SNS에서 "재판의 독립성이 침해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장석웅 징검다리교육공동체 대표도 비교적 정치색이 뚜렷한 인사다. 교사 출신으로 전남교육감을 지낸 장 대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위원장, 노무현재단 전남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역시 민주당이 추천한 전은영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난 교육감 선거 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대위 산하 희망연결위원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정의당이 추천한 김석준 전 부산광역시교육감은 민주노동당 부산시 지부장, 진보신당 공동 대표,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 등을 지낸 진보 성향 인사다. 김 전 교육감은 지난해 자신의 SNS에 "온 가족이 조리돌림을 당하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며 살아 돌아온 그가 고맙고 또 고맙다"며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되기도 했다.

명확한 정치 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상당수 국교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국교위에서는 정파간 대립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과 여당이 추천한 인사가 전체 21명(마무리되지 않은 교원단체 추천 2인 포함) 중 11명으로 과반을 확보한 만큼 대통령·여당 추천 인사들과 야당 추천 인사들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위원들의) 색깔이 너무 강하다. 국교위에서 갈등과 논란이 확산될 것 같다"며 "진영 논리가 많이 투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더구나 교육 전문가가 부족해 보여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yos54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