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르포] 자립준비청년들의 온전한 자립을 위해서는
‘양육의 궁극적 목적은 독립’이라는 말이 있다. 부모는 자녀를 독립시키기 위한 양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모의 양육은 자녀를 독립적인 어른으로 길러내고 본인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할 수 있게 만든다.
이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이다. 자립준비청년이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 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통상 만 18세 이후 보호종료가 되어 홀로서기에 나서는 청년을 말한다. 이들에게 부모란 시설이자 사회이다. 사회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충분한 준비를 마친 뒤 세상에 나아가 주체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8월, 광주광역시 소재 보육원 출신 청년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이 있었다. 보호종료 이후 경제적 문제와 미래에 대한 고민 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각각 18, 19세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청년이었다. 아직까지도 부모의 품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가 그들의 심정을 가늠할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조사’(2020)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3104명 중 ‘죽고 싶다고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0.0%였다. 이는 일반 청년 대비 3배 이상 높은 비율로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가장 높은 비율인 37.8%가 ‘특별히 대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악의 고리는 계속해서 순환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근본적인 문제란 무엇이고, 이는 어떤 식의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 ‘자립준비청년협회’ 주우진(28)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립준비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자립준비청년협회는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위탁 가정 출신 자립지원청년(멘토)과 자립준비청년(멘티) 당사자들이 직접 2021년에 설립한 협회로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 자립을 함께하는 최초의 자립준비청년 당사자 단체이다.
자립준비청년이었던 주 회장은 보호종료 이후 본인의 자립 과정을 개인 SNS에 업로드하곤 했는데, 이를 본 자립준비청년들이 SNS 메신저를 통해 그들의 고민을 전해왔다고 한다. 가끔 한두 건 오던 연락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났고 이후에는 100여 건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주 회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사회와 시스템의 문제라고 느꼈고 주위의 보호종료아동들과 함께 협회를 설립하게 됐다.
자립준비청년협회는 ‘경제적’, ‘심리·정서적’, ‘사회적’ 지원의 삼박자가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경제적인 지원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주 회장은 “심리·정서적 지원을 위해 시작된 마음공간 바우처 등의 사업들이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지원률이 굉장히 낮아 활용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 정부에서는 우선적으로 자립준비청년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뒤 사업 내용이나 지원 방안 등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답하며 사업의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설 등에서 자란 자립준비청년들은 마주해온 환경이나 사람들이 한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하고 처신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고 막연한 두려움에 빠지곤 한다. 결국 ‘쟤는 사회성이 떨어지고 센스가 없다’는 식의 얘기를 들으며 외톨이로 전락하는 청년들이 발생한다. 사회생활의 어려움은 관계 맺기의 실패로, 끝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고 답하며 사회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화 교육의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활성화되고 있는 사업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답하기도 했다.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대한 현행 제도를 개선·보완하는 내용의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돼 보호종료 기간이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증가했으며, 지난 8월에는 자립수당이 월 30만 원에서 35만 원으로 올랐다. 내년에는 5만 원을 확충해 40만 원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의료비 지원이나 심리·정서 지원의 확대도 이루어지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관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첫 번째로 언급되는 것은 경제적 지원인 것 같다. 어느 정도의 예산을 확충하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하고 여타 지원 사안들은 부가적인 것으로 넘기곤 한다.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들으며 체계적 지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사회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봐야 한다. 돛을 만들 자금도 중요하지만 방향키를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외롭고 불안한 항해를 앞둔 그들을 위해 사회가 부모 역할을 훌륭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동혜연 dhy74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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