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주장은 왜 월드컵서 '앙숙' 우크라이나 완장을 찰까

이준희 2022. 9. 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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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관계는 스포츠를 흥미롭게 한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대표적인 동유럽 축구 맞수다.

폴란드 축구대표팀 주장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바르셀로나)는 20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축구 전설 안드리 셰우첸코(46)와 손을 맞잡은 사진을 올리며 "(카타르)월드컵에서 우크라이나 색깔 주장 완장을 차게 돼 영광"이라고 썼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앙숙이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견제를 위해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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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축구 전설 안드리 셰우첸코(왼쪽)가 폴란드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에게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 주장 완장을 전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레반도프스키 트위터 갈무리

맞수 관계는 스포츠를 흥미롭게 한다. 그런데 때로는 이 관계가 스포츠를 넘어, 각 나라의 역사와 정치에 맞물려 복잡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대표적인 동유럽 축구 맞수다. 국경을 맞댄 두 나라는 과거 수차례 영토를 두고 다퉜다. 우크라이나 서부 최대 도시 리비우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양쪽 축구 모두의 요람으로 꼽히는데, 양국 사이를 수차례 오간 역사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양쪽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폴란드 축구대표팀 주장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바르셀로나)는 20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축구 전설 안드리 셰우첸코(46)와 손을 맞잡은 사진을 올리며 “(카타르)월드컵에서 우크라이나 색깔 주장 완장을 차게 돼 영광”이라고 썼다.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를 대표하는 월드클래스 골잡이다. 셰우첸코는 2006년 발롱도르를 수상한 우크라이나 축구 그 자체다. 한일관계로 보면,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일본 축구 전설 나카타 히데토시(45)를 만나 월드컵에서 일장기 완장을 차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사실 레반도프스키는 그간 축구선수 가운데 러시아 비판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는 월드컵 예선과 독일 바이에른 뮌헨 시절 리그 경기 때도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 완장을 찼다. 지난 3월엔 러시아 지원 의혹을 받는 중국 화웨이와 브랜드 계약을 해지했는데, 이로 인해 입은 손실이 500만유로(약 6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물론 그가 보여준 연대는 전쟁 반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동유럽 역학 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앙숙이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견제를 위해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이 과정에서 축구도 큰 역할을 했다. 두 나라가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공동 개최한 게 대표적이다.

전쟁 발발 뒤 폴란드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병참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축구를 빼놓을 수 없다. 폴란드 축구 클럽 레흐 포즈난 회장 피오트르 루트코프스키는 지난 3월 <디애슬레틱>에 “우리 아카데미에선 난민이 머물고, 국경에선 셔틀 서비스를 운영한다. 매일 아이들을 위한 축구 캠프를 열고, 경기에선 기부금을 모은다”며 “이는 폴란드에서 일고 있는 거대한 움직임”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완장 착용은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우크라이나를 대신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러시아를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 국제축구연맹(FIFA)은 전쟁 초기 러시아에 국가명 사용 금지 수준의 징계만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폴란드가 공개적으로 러시아와의 경기를 거부하며 출전권 자체를 박탈해야 했다. 이 결정은 이후 다른 스포츠에서도 러시아가 퇴출당하는 촉매제가 됐다.

축구에서도, 총성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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