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 공시, 은행들은 '해명 릴레이'..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

정민하 기자 2022. 9. 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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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 1, 2위 은행들 "정책 금융 영향"
은행마다 특성 달라 일괄 비교는 불합리

정부가 가계의 금융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으로 도입한 은행권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공시가 시행된 지 두 달 만에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공시 직후 은행들은 앞다퉈 해명자료를 내놓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공시 이후 예금금리와 가계대출 금리 간의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은행 별로 다른 고객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줄세우기식 비교가 금융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 의문이 제기된다.

◇ NH농협 예대금리차 공시 직후 “정책자금 유치 늘어 예금금리 떨어진 탓” 해명

2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가 가장 컸던 곳은 NH농협은행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1.76%포인트(p)로 1위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대출·예금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이 많다는 뜻이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정민하 기자

가계대출 중 정책서민금융상품(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을 뺀 예대금리차에서도 농협은행이 1.73%포인트로 주요 시중은행 중 가장 컸다. 이어 KB국민은행(1.40%포인트), 우리은행(1.37%포인트), 신한은행(1.36%포인트), 하나은행(1.09%포인트) 순으로 가계 예대금리차가 컸다.

NH농협은행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대출 금리는 다른 은행보다 낮았지만, 8월에 단기성(6개월 미만) 정부 정책자금을 많이 취급(수신)하면서 예금 금리도 떨어져 예대금리차가 커졌다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은 특수은행 성격이 있어 정부 정책 자금을 다른 은행보다 많이 취급한다. 즉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다 보니 예대금리차가 커졌다는 주장이다.

실제 농협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금리는 4.21%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대출금리가 가장 낮은 은행이 예대금리차 1위가 된 셈이다. 예대마진을 얻기 위해 대출금리를 높여 예대금리차가 벌어진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예금금리는 2.45%로 다른 은행(2.99%~3.21%)에 비해 낮았다.

NH농협은행에 이어 예대금리차가 두 번째로 큰 KB국민은행도 서민금융 지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실행한 영향이라고 배경 설명에 나섰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서민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을 8월에 다른 은행의 2배 이상 규모로 취급했다”며 “이번 공시부터 햇살론 등은 예대금리차 계산 대상에서 빠졌지만, 새희망홀씨대출은 그대로 포함돼 대출금리가 다소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예대금리차가 컸던 토스뱅크 역시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토스뱅크는 7월엔 5.6%포인트, 8월엔 4.76%포인트를 기록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토스뱅크는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높은 중·저신용자 고객을 중점적으로 포용하고 있어 이로 인해 예대금리차가 높게 나타나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중금리대출)은 토스뱅크가 36.3%, 카카오뱅크가 22.2%, 케이뱅크 24.0%다.

◇ 정책서민금융 상품 늘어나니 예대금리차 확대

예대금리차는 공시 제도 도입 이후 오히려 벌어졌다. 공시 대상인 19개 은행의 가계대출을 기준으로 한 예대금리차는 7월에는 1.99%포인트였는데, 8월에는 2.19%포인트로 0.20%포인트 벌어졌다. 예금금리 기준이 되는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2.86%에서 2.95%로 0.08%포인트 높아졌는데, 가계대출 금리는 4.74%에서 5.0%로 0.27%포인트 뛰었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가계대출금리 상승을 이끈 건 정책서민금융 금리가 뛰었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대출금리 상승 폭은 0.12%포인트에 불과했다.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 예대금리차는 7월 1.92%포인트에서 8월 2.04%로 0.12%포인트 늘어났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이 공급된 게, 통계적 착시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예금금리 기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은행들이 저비용 자금조달 창구로 삼는 요구불예금이 예금금리 산출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5대 은행 중에서 순이자마진(NIM)이 가장 낮은 곳은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으로 각각 1.52%였다. 그런데 NH농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게 나왔다. 또 상반기 예대마진이 가장 컸던(1.69%) KB국민은행은 7월 예대금리차가 하나은행을 제외한 5대 은행보다 작은 것으로 공시됐다. 요구불예금이 금리차 산출에 빠지면서 통계 왜곡이 나타난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예금과 대출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예대금리차만 가지고 비교하는 건 불합리하다”며 “차주 특성별 대출 금리 비교도 아닌 줄 세우기식 공시 제도 운영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들이 공시 직후 해명에 열을 올리는 건 금리차 공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 꼴찌만 피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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