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르포]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청년들

2022. 9. 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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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인구 점차 줄어’, ‘한국 조만간 초고령화 시대 돌입’, ‘2050년 국가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인구가 부족할 예정’… 대한민국의 인구 소멸에 경각심을 알리는 뉴스 제목들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고시된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2013~2015년 살짝 반등한 이후 꾸준한 우하향을 이었고 2021년에는 가임여성 1명당 0.808(0.81)을 기록했다. 2018년 합계출산율이 처음 1 이하로 떨어진 이후 반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연간 출생율 지표. 매년 조금씩 우하향하며 2021년 기준 0.81명까지 떨어졌다.(자료 출처=KOSIS)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등 불가피한 현상으로 인해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출산지원책 등이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OECD 국가의 평균 출산율이 1.56명인 것을 고려하면 낙관론이 힘을 얻긴 어려운 상황이다.

출산율과 함께 혼인율도 지속적인 우하향을 그리고 있는데, 2012년 32.7만 건에서 2021년 19.3만 건으로 불과 10년여 만에 혼인 건수가 10만 건 이상 감소했다. 꾸준한 우상향 지표도 있다. 평균 초혼 연령이다. 2021년 기준 남자는 33.35세, 여자는 31.08세를 기록했다. 초혼 연령 역시 주요 국가 대비 1~2세 높은 편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설명하는데 굳이 복잡한 지표는 필요 없다. 초등학생 아이의 학급 인원이 30명도 채 되지 않으며, 내년도 교사 채용을 줄인다는 기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나의 학창 시절과는 다른 모습이다.

혼인은 늦게 하고, 아이는 낳지 않고, 오히려 결혼을 포기한다는 2022년 대한민국. 2030 청년들을 만나 출산과 육아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참고로 이름은 모두 가명으로 표기했다.

다수의 지자체에는 건강가족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있어 가족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출처=건강가족지원센터 홈페이지)

 

오랜만에 만난 후배인 김서희 씨는 최근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몇 년 전까지만도 연애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던 부모님이 언제부턴가 서서히 결혼해야 하지 않냐고, 남자친구는 없냐고 매일같이 묻는다는 것이다. 몇 달 전 결국 독립을 선언했다는 후배는 앞으로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이유를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우선 요즘 시대가 혼자 일해서 가족 부양을 하기 쉽지 않은 시대가 아니지 않냐며 쉬는 날 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돈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했을 지 모르겠지만,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조금 부족하더라도 차라리 내가 돈 벌면서 다른 사람에게 간섭받지 않고 편하게 사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결혼 후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임신과 출산에 대한 압박을 받을 텐데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말했다.

또 다른 후배 최지우 씨 역시 이 같은 생각에 공감하며 한 가지를 명확하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장려하면서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을 이야기하는 조금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 확대가 출산율 저하에 심각한 원인인 것처럼 말하는 사회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에서는 혼인과 출산 관련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 관련 지원 역시 큰 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출처=정책브리핑 카드뉴스)

 

대학생 이지훈 씨는 과거와 비교해 사회구조와 가족 형태 등이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결혼 및 출산 포기와 같은 일들이 단순히 어떤 한 가지 이유 때문은 절대 아닐 것이라며 사회 갈등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이야기했다.

몇 년째 연애를 이어오고 있는 이수빈 씨는 내년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기로 했지만, 아이는 갖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에는 결혼을 임신과 출산의 한 과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아니라면서 자신은 남자친구와 함께 반려동물과 행복한 삶을 살 거라고 미래를 말했다.

그는 출산을 포기한 이유로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삶을 내 아이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말을 꺼냈다. 비록 수십 년 후 인구가 감소하면 현재 자신이 겪었던 취업 문제를 비롯한 일부가 사라지겠지만, 그때가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며 적어도 자신의 아이만큼은 그런 경험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가족 관련 다양한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출처=여성가족부 홈페이지)

 

청년들은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도 원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내가 살고 싶은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해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혼인과 출산 장려에 대해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피부로 느끼지만, 무형의 걸림돌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신혼부부 대상 임대주택과 첫 내 집 마련을 위한 저금리 대출, 부모급여 신설과 저소득층 대상 양육비 지원 확대, 돌봄교실 확충 등 신혼부부와 육아 가구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향후 수년 간 지원을 점차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올해 출산을 앞둔 한아람 씨는 정부의 지원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무한 경쟁 속에 살아온 청년들이 더는 경쟁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아니겠냐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임신한 순간부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지만, 더 좋은 엄마가 되고, 더 행복한 가정이 되고, 더 나은 아이가 되게 해야 한다는 부담도 함께 생긴다는 것이다.

한 씨는 저출산에 대해 지나치게 ‘문제’라는 인식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혼인 포기와 출산율 저하를 진단한다는 이유로 직간접적 갈등을 부추기거나, 인구 감소로 미래 국가 유지에 치명적인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말들은 청년들에게 반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라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생각이다.

국내 최대 육아박람회 중 하나인 베이비페어 서울. 방문객과 규모가 10년 전보다 꽤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청년들은 ‘결혼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점의 전환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당사자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으며 하나씩 풀어 갈 문제라는 이야기다.

분명한 것은 청년들이 결혼과 육아에 대해 비교적 확고한 자신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에 청년들의 목소리는 모두 충분한 이유가 있었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생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청년들이 정부에 입을 모아 이야기한 것은 하나였다.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닌 만큼 다름을 인정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고. 

정책기자단|이정혁jhlee4345@naver.com
정책의 수혜자이자 옵저버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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