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강도 긴축에 투자자 희비..성장주 경고음 더 커진다

권유정 기자 2022. 9. 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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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초유의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
美 빅테크 이어 국내 인터넷·게임 '휘청'
"당분간 가치주에 유리한 환경 지속"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에 나서면서 미국 증시에 이어 국내 증시에서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꾸준히 베팅해온 대표적인 성장주인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가 약세를 보이고, 반대로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증시는 연준이 3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522.45포인트(1.7%)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6포인트(1.71%) 밀린 3789.93에, 나스닥지수는 204.86포인트(1.79%) 하락한 1만1220.19에 거래를 마쳤다.

연준은 지난 20~21일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25~2.50%에서 3.00~3.25%로 0.75포인트(p)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 금리는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FOMC 위원들은 금리 인상 전망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표를 통해 금리가 올해 말 4.4%, 내년에는 4.4~4.9%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말까지 금리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없었다.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BBIG를 비롯한 성장주는 흔들리고 있다. 전날에도 나스닥지수 낙폭이 가장 컸는데, 테슬라, 메타, 애플 등 주요 빅테크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통상 성장주는 미래 현금 흐름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주가에는 악재가 된다. 반면 가치주는 자산가치나 견조한 실적 대비 저평가된 업종으로, 이자율에 대한 민감도가 성장주보다 낮은 편이다.

이날 장 초반 국내 증시 대표 인터넷주인 NAVER(이하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성장주는 일제히 고꾸라졌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FOMC를 앞두고 나란히 52주 신저가 기록을 깨며, 일주일 넘게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JYPEnt.와 카카오게임즈가 순서대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내 주요 지수도 성장주 추락을 반증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하락한 지수는 KRX인터넷K-뉴딜지수로, 15% 가까이 빠졌다. KRX바이오K-뉴딜(-13.74%), KRX팩트셋디지털헬스케어(-13.09%), KRXBBIGK-뉴딜(-10.21%), KRX게임K-뉴딜(-9.9%)가 뒤를 이었다. KRX인터넷K-뉴딜지수는 네이버, 카카오, 카카오페이 등을 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성장주가 상승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금리 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연준이 한동안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는 만큼, 성장주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약 14년 넘게 계속된 성장주 우위의 사이클이 무너지고, 외면 받던 가치주가 재부상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올해 말이 아닌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마저도 불확실성이 크다”며 “견조한 고용 시장과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지면 연준 입장에선 금리 인상을 중단할 명분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4분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천연가스 상승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통화정책, 경기 상황, 환율 등 코스피지수를 끌어내리는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당분간 보수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포트폴리오를 방어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특히 금리 인상 기조가 성장주 투자 환경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성장주보다는 변동성이 덜한 가치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성장주가 아닌 가치주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과거 2013년 초, 2016년 말, 2021년 초 일시적인 가치주 반등을 제외하면 저성장, 저금리 기조 속에 성장주 중심의 사이클은 14년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주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들어 성장주 강세를 지지했던 요인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그동안은 성장주가 구조적으로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와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가 주가를 뒷받침해왔다”고 했다. 그는 “가치주가 이익 개선 속도가 성장주를 앞서기 시작했고, 신산업 내 경쟁 심화, 인플레이션 장기화 등이 성장주의 중장기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가치주도 경기 침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이익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중소형보다는 대형 가치주가 안전하겠다”고 했다. 그는 “성장주 중에서도 유효한 업종이 있을 수 있는데 공급망 불안, 비효율 속에서 생산성 혁신을 일으킬 만한 산업이나 기업에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증시가 변동성을 키우는 가운데 성장주에 대한 개인투자자 베팅은 이어졌지만, 외국인은 순매도로 대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1474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과 네이버 주식 839억원 가량을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이 카카오와 네이버를 각각 1873억원, 1708억원 사들이며 저가매수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는 전날까지 각각 10.4%, 9.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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