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 한국인 기자, 경계의 시선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이야기하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한번 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들이 지닌 힘, 이것이 내가 사진으로 우리 문화유산을 기록하는 이유이다."
'기자들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한국인 최초로 두 차례 수상한 강형원 기자는 <LA타임스>, <AP통신>, <로이터> 등 미국 주류 언론사에서 사진 기자로 근무하며 LA 4·29 폭동,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스캔들, 9·11 테러 등 국제적인 사건 사고를 비롯해 6·10 민주 항쟁,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발 빠르게 취재해 온 베테랑 사진 기자다.
33년간 기자로 쌓아 올린 화려한 이력과 타이틀을 내려놓고 모국인 한국에 돌아온 강 기자는 사비를 들여 전국을 발로 뛰며 '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반도의 선사 시대부터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우리 문화유산을 직접 기록하기 위해서다.
뻔한 사진이 아니다. 저널리즘 영역에서 오래 활동한 그 답게 '비주얼 스토리텔러'로서, 또 한국과 미국을 넘나드는 '내국인'과 '이방인' 사이 어디 쯤의 시선에서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우리 문화 유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피사체 속에 축적된 이야기를 포착해 낸다.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의 미공개 구역을 촬영한 사진들에서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문화유산의 진면목 또한 발견할 수 있다.
강 기자는 영어와 한국어 모두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그의 이런 점이 십분 발휘됐다. 한국이 세계 속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으며 한국을 향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외국어로 제대로 소개하는 자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서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것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 문화를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강 기자는 '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해외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왜곡되거나 빈약하게 다루어지고 어색한 영어로 어설프게 표현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이로 인해 이민 세대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자신의 작업 한가운데에 놓았다. 강 기자가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권에서 보낸 미국 이민 1.5세대였기에 이러한 현실이 더더욱 피부에 와닿았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한국어와 영어, 두 개 언어로 구성했다. 국내 독자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재외 한국인과 그들의 2~3세대, 더 나아가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까지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강형원 기자는 1993년 LA 4·29 폭동 보도 사진과 1999년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스캔들 보도 사진으로 두 차례 퓰리처상(팀 수상)을 수상한 포토저널리스트다.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났고, 1975년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 UCLA에서 정치학 · 국제외교학을 전공한 뒤 <LA 타임스>, <AP 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 등 미국 주류 언론사에서 사진 기자로 근무하며 LA 4·29 폭동, 이라크 전쟁, 9·11 테러 등 국제적인 뉴스를 발 빠르게 취재했다. 또한 6·10 민주 항쟁,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다. 1995년과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북한 주민의 삶을 취재했다.
1987~1988년 한국에 머물며 취재한 순간들을 모아 사진집 <민주화의 현장: 6월 항쟁에서 올림픽까지>를 펴냈다. 우리 문화유산을 취재해 <미주한국일보>와 <코리아 헤럴드>에 한국어와 영어로 칼럼을 연재하는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시민과 학생,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펼치며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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