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수사로 아동 디지털 성범죄자 261명 잡았다

이소현 2022. 9. 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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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수사' 1년..아동 성착취물 판매·배포·광고 多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만 가능
성착취물 소지·시청자도 위장수사로 73명 검거
"성인 피해자 고통도 상당..위장수사 범위 확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경찰이 약 1년간 ‘위장수사’를 총 183건을 실시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자 261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2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2019년 ‘n번방’ 사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성 착취 영상물 제작·유포 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작년 9월 24일부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상 위장수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현행 청소년성보호법상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만 실시할 수 있다. 경찰관 신분을 비공개하는 ‘신분비공개수사’, 문서·도화·전자기록 등을 활용해 경찰관 외 신분으로 위장하는 ‘신분위장수사’로 분류된다.

특히 경찰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판매·배포·광고하는 범죄유형에 대한 위장수사를 활발하게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총 183건 중 155건으로 전체 중 84.6%가 해당한다. 이 범죄유형의 피의자도 총 261명 중 179명(68.5%)으로 가장 많이 검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시청자도 위장수사로 총 261명 중 73명(27.9%)을 검거했다.

실제 경찰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후, 텔레그램을 통해 ‘n번방’·‘박사방’에서 유포된 아동·청소년성착취물과 함께 판매한 피의자를 작년 11월 구속했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아동·청소년들 대상으로 성착취 목적 대화인 일명 ‘온라인 그루밍’을 하고,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한 피의자도 지난 4월 구속했다. 지난 6월에는 트위터에서 영리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판매한 피의자를 구속하고, 피의자가 취득한 범죄수익금 약 2000만 원에 대한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했다.

경찰 위장수사 현황(자료=경찰청)
경찰관 외 신분으로 위장하는 신분위장수사는 사건별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경찰관 신분을 비공개하는 신분비공개수사는 경찰 내부 승인 절차만 거치면 된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국가경찰위원회와 국회에 보고하도록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은 국가경찰위원회에는 신분비공개수사 종료 시 국회에는 반기별(1·7월)로 신분비공개수사 관련 자료를 제출해 법령에 따른 통제 절차를 이행했다.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위장수사 점검단’을 구성했으며,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3주간 위장수사를 진행 중인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통해 수사 과정상 위법·남용 사례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찰은 제도 발전을 위한 현장 수사관의 의견을 수렴을 통해 위장수사의 장점과 보완점을 파악했다. 한 수사관은 “경찰관 신분을 비공개·위장하고 수사대상자에게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수사 방법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과거보다 선제·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수사관은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검증영장으로도 확보하지 못하는 온라인상의 증거를 위장수사를 통해 수집할 수 있다”며 “특히 수사대상자의 별건 범죄혐의, 공범추적 등에 있어서 상당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한 다양한 범죄로의 위장수사의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수사관은 “수사 초기에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지 성인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성인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도 상당하므로,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도 위장수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찰은 정보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위장수사관이 디지털 성범죄 대응 수사상황에 맞는 가상 인물을 생성해 신분 위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과학치안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관계자는 “현재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정해 시행되고 있는 위장수사 제도를 보완해 ‘한국형 위장수사 제도’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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