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尹대통령 유엔 연설과 자유 위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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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일선에서 유엔 업무를 많이 다룬 필자는 5년 단임제의 우리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반드시 유엔총회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매년 9월 열리는 총회에는 193개 회원국 중 140명 안팎의 국가원수가 참석하므로, 오늘의 국제사회에 그 이상의 정상급 모임은 없기 때문이다.
첫째,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국내 관심사 중심이었던데 비해, 글로벌 이슈 중심의 연설로 변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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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경희대 석좌교수, 前 유엔대사
외교 일선에서 유엔 업무를 많이 다룬 필자는 5년 단임제의 우리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반드시 유엔총회에 참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왔다. 매년 9월 열리는 총회에는 193개 회원국 중 140명 안팎의 국가원수가 참석하므로, 오늘의 국제사회에 그 이상의 정상급 모임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양자 정상회담의 수에는 한계가 있겠으나, 각종 회의와 행사 참석을 통해 새 대통령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기회다. 그런 의미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유엔 방문은 시의적절했다.
유엔총회의 꽃은 처음 1주일 동안 세계 각국의 정상이 행하는 15분짜리 기조연설이다. 정상들은 자기 나라의 외교 기조와 국가 정책을 짧은 연설에 집약해서 발표한다. 윤 대통령의 지난 20일 연설 내용을 분석해 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 과거 우리나라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국내 관심사 중심이었던데 비해, 글로벌 이슈 중심의 연설로 변화를 시도했다. 사실 이런 변화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났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문제 등 우리와 관련된 내용뿐이었다가, 점점 더 국제사회의 공동 이슈를 많이 포함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선진국이 될수록 우리의 관심사와 세계의 관심사 간에 일치도가 높아졌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연설은 북한 문제 등을 거의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그러한 추세에 정점을 찍은 듯하다. 여기에는, 유엔에서 북한 문제를 거론하려면 핵무기와 인권 등 대북 비판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만큼 한미동맹의 강화 속에 북한과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엔에서까지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고려도 반영된 것 같다.
둘째, 국제사회의 연대 필요성과 세계 시민의 기여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번 유엔총회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3년 만에 제대로 열리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먹구름에 덮여 있다. 지난 3년간 국제사회는 국가 간의 단합이 가장 필요한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이기적인 각자도생의 모습을 보여 왔다. 윤 대통령이 연설에서 각국의 협력 필요성을 제기하고 자국뿐만 아니라 지구를 생각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을 강조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셋째, ‘자유’의 개념을 많이 사용했다. 이번 연설은 국제사회에서 대개 ‘인권’ 또는 ‘인간안보’라는 개념을 사용할 것 같은 의미에서 자유를 강조했다. 정부의 추가 설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지만, 우선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인권을 자유권과 사회권으로 나눠 볼 때 서구 국가들은 자유권을 중시하고 사회주의 국가들은 사회권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윤 정부는 자유권에 중점을 부여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연설문에서는 ‘자유’를 인권 차원을 넘어 ‘생존’이나 ‘안보’의 개념으로도 사용하는 듯하다.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라든지 ‘질병과 기아로부터의 자유’라는 표현 등이 그렇다. 이 경우 윤 정부의 정치철학에 바탕을 둔 표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과거 유엔에서 인간개발지수를 만들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 교수가 주장한 ‘자유로서의 개발(development as freedom)’이 자유의 개념을 넓게 본 것처럼.
아무튼, 윤 대통령의 이번 유엔 연설은 새로운 시도로서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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