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미)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민주당은 “빈손·비굴 외교에 이은 막말 외교참사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며 외교·안보라인의 경질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논란 직후에는 윤 대통령 발언을 “사적 발언”으로 규정하며 선을 그었다가, 하루가 지난 22일 윤 대통령은 ‘바이든이’라는 말을 아예 하지 않았고, ‘이 XX’라는 표현은 미국 의회가 아닌 야당(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두 정상은 글로벌펀드 회의장에서 만나 짧게 대화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인근에서 잠시 기다리자 바이든 대통령이 인사를 건넸다. 박진 장관이 윤 대통령 곁에 섰다. 두 정상이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48초 정도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국제기구인 글로벌펀드에 180억달러를 모금하자고 각국에 촉구하면서 미국 정부도 6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20일(현지시간)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글로벌 감염병 대응이라는 인류 공동과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글로벌펀드에 대한 기여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의회가 글로벌펀드 기여금 예산 증액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하다가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회담 장소를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하는 장면이 담겨 큰 외교적 실례를 범했다”며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 가치동맹의 민낯과 사후 조정도 못한 무능에 모자라 대한민국의 품격만 깎아내렸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저잣거리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라며 윤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을 이렇게 보좌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을 즉각 경질하고, 박진 외교부 장관도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그런 사적 발언에 대해서 외교적 성과로 연결짓는 것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떻게든 국익을 위해서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그런 일로 외교 참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22일(현지시간) 오전 뉴욕 프레스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자유와 연대를 위한 국제사회의 책임을 이행하고자 하는 정부 기조를 발표했지만, 예산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민주당)이 이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이 “야당을 잘 설득해 예산을 통과시키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답했다는 것이 김 수석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봐달라”며 “‘국회에서 승인 안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있다. 미국이 나올 이유가 없고, 바이든이 나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70년 가까운 동맹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 수용하지만, 외교활동을 왜곡하고 거짓된 동맹이반이야말로 국익 자해 행위”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관련 질의에 일절 답하지 않으며 논란 확산을 피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비속어와 관련해 당의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입장이 없다. 그쪽(더불어민주당) 입장을 듣지 여당이 왜 사안마다 입장을 다 내야되나”라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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