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북핵 대응 '최종 목표' 결단할 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확장억제 확약에도 한계 뚜렷
미국은 기존 태세로 충분 입장
제한전 형태 북 공격엔 모호성
비례 대응이냐 압도 대응이냐
군사분계선 넘어 통일 나설지
한국 결단해 미국에 전달해야
한·미 양국이 지난 16일 5년 만에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이 지난 8월까지 총 19차례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고, 전례 없이 공격적인 핵전략을 담은 법령을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하는 등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위협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열린 중요한 회의였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발생한 안보 공백을 메우면서 고도화한 북핵을 대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방어 공약이다. 한·미가 매년 개최하는 안보협의회의(SCM)와 지난 5월 21일 양국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은 ‘핵과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 능력을 운용하여’ 안전보장을 약속했다. 부연하면, 북한이 핵 또는 대량파괴무기(WMD)를 사용해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방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확장억제가 계속 언급되는 것은 그만큼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선, 북한이 판을 바꾸고 있다. 그간 북한이 중점 개발해 온 핵능력은 미국 본토 공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2017년 11월 화성-15형 발사 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2019년 5월부터 북한은 한국을 겨냥해 소형 핵 탑재 미사일인 KN-23, 24, 25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통해 일본과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더욱 다양한 핵미사일 개발도 선포했다. 올해 북한은 실전 배치는 물론, 이번 핵 법령을 통해 거의 모든 상황에서 핵 사용과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재래식 무기와 차이를 없애서 핵무기 사용 문턱을 대폭 낮췄다.
북한의 시도는 한국의 고민을 깊게 한다. 북한의 고도화한 위협에 대응해 한국, 특히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진전된 확장억제 공약을 군사적·정치적으로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미국은 변화한 북한의 위협에도 기존 확장억제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전직 미군 고위 당국자와 전문가는, 한국에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매년 SCM을 통해 확장억제를 공약하며,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하는데 왜 한국이 미국을 신뢰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문제는, 북한이 대규모 전면전이 아닌 제한전 형태로 핵을 사용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핵 문턱을 넘었으므로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미국이 대규모 응징보복에 나설지, 아니면 동종 동량의 원칙에 따라 사용한 북핵에 준하는 수준에서 반격할지가 확실치 않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후자의 핵전략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북한 핵은 사실상 재래식 무기와 다름없게 되고 핵 사용 억제는 요원해진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결정해야 할 몫이 커진다.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 비례적 또는 압도적 대응 중 양자택일이 필요하다. 후자는 부수적 피해를 포함한 대규모 살상 가능성이 커지지만, 전자를 선택한다면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이 커진다. 연계된 질문은, 북한의 핵 사용을 현 작전계획에 따른 2단계, 즉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반격의 조건으로 삼을 것인지다.
확장억제는 북한 핵 사용 시 한국이 수립한 한반도 전장의 최종 목표에 따라 추진돼야 할 것이다.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을 사용하더라도 한·미는 최대치의 확장억제를 동원해 응징하고 북한 표현대로 ‘영토 완정’을 성취할지 결정해야 한다. 확장억제를 실제 논의하는 자리에서 미국은 한국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어느 수준에서 할지를 물어온다고 한다. 한국은 목표를 정하고, 시나리오별 또는 단계별로 구체적 확장억제를 구상해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한·미가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해 강력한 대응 의지와 이를 제도화하는 실제 조치를 결합하지 않는다면 억제 효과는 현저히 낮아진다. 이번 확장억제전략협의체에서 발표한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경고가 미 고위 당국자에 의해 계속 공명하고 전쟁의 최종 목표를 포함한 구체 계획으로 발전시켜야 북핵을 억제하는 실제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한반도 운명의 당사자인 한국이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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