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우울한 출산율 저하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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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로마는 멸망할 때도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지 않고 서서히 스러져 갔다.
2020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출산율은 1.59명으로 출산율이 채 1명이 안 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금세기에 110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최근 들어 현재 출산율 추세를 고려할 경우 2040∼2060년경 90억 명에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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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전국부장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은’ 로마는 멸망할 때도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지 않고 서서히 스러져 갔다. 이 과정에서 인구 감소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원래 로마는 인구 대국이었다. 로마공화정 시대인 기원전 2세기까지만 해도 아이를 10명 이상 둔 집이 흔했다고 한다. 하지만 공격적인 영토 확장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평화 시절이 도래하자 비혼과 출산 기피 풍조가 광범위하게 퍼졌다.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무려 2000년 전에 이런 점을 우려, 결혼과 출산 촉진을 담은 법을 제정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지난 2분기 합계출산율, 즉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가 사상 처음으로 0.75명으로 떨어졌다. 2020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출산율은 1.59명으로 출산율이 채 1명이 안 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출산율은 유아 사망률, 일부 여성의 조기 사망률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2.1명은 돼야 현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저출산을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고만은 할 수 없다. 서구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가들에서도 저출산 추세가 확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선진국 중 출산율이 높다는 프랑스, 스웨덴, 미국 등도 2.1명에 못 미친다.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는 도시화와 여성의 권익 증진이 꼽히고 있다. 도시 거주비는 비싸고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가계 생산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도시 부모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자녀 수를 줄인다. 여성의 교육 성취 수준이 높을수록 임신 가능성이 더 낮아지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금세기에 110억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최근 들어 현재 출산율 추세를 고려할 경우 2040∼2060년경 90억 명에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출산율은 OECD 최하위인 건가. 도시화와 여성의 권익 증진 위에 수도권 과밀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등 우리 고유 문제가 출산율을 더욱 끌어내렸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저출산·고령화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라 출산율을 반등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복지국가의 전형 핀란드, 노르웨이 등도 숱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점을 보면 그렇다.
2000년 전 아우구스투스가 제정한 결혼·출산 촉진법에 따르면 25∼60세의 남자와 20∼50세의 여자는 결혼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았고, 독신자나 자식이 없는 사람은 공직 진출에 제한을 받았다. 태곳적 나온 법답게 강압적이고 사생활 침해 부분이 강하다. 하지만 저출산 추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다만 지연시켰을 뿐이다. 아우구스투스처럼 출산율 저하에 대해 강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출산율 저하 추세를 수용하면서 길을 모색하는 게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일 듯싶다. 눈높이를 낮춰 인구 감소 저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역균형개발을 통해 저출산지(도시) 전입을 막는 데 힘쓰고 그나마 저출산의 가장 공인된 해법인 이민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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