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반대' 시위대 8명 사망..美 바이든 "이란 여성들과 연대"

이서영 기자 2022. 9. 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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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5일 동안 이어져..경찰은 최루탄 진압, 인터넷도 마비돼
이란 대통령 "이란만 이중잣대 안돼"..英 "상황 인지해야" 반박
이란 대통령에 반대하는 '정치적 수감자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 이란에서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여성이 의문사 한 것에 대해 규탄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8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 여성들과의 연대를 다짐했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이란에서 사망한 시위자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이란과의 핵협정을 되살리는 것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국제엠네스티는 남성 6명, 여성 1명, 어린이 1명 등 8명이 사망했으며 보안군 총에 맞았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서 "오늘날 우리는 이란에서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위하고 있는 용감한 여성들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히잡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이란 여성이 '도덕경찰'에 구타 당해 숨진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불 붙은 히잡 곳곳에'…한 죽음이 쏘아올린 이란 '히잡 반대' 시위

BBC에 따르면 지난 13일 수도를 방문한 마흐사 아미니(22)는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3일간 혼수상태로 있다가 끝내 사망했다고 당국이 발표했다. 이후 대중은 분노에 휩싸였다.

아미니는 '도덕경찰'에 붙잡혀 구금된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3일 뒤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가 붙잡힌 이유는 '히잡'을 쓰지 않아서였다.

여성의 윤리의식을 단속하는 일명 '도덕경찰'은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도록 요구한다. 또 꽉 끼는 바지나 찢어진 청바지, 무릎이 드러나는 옷, 밝은 색 옷 착용을 금지한다.

아미니의 죽음으로 이란 여성들은 들고 일어났다. 이란 관영 파르스와 타스님 통신은 테헤란과 제2의 도시 마슈하드에서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파르스 통신이 공개한 짧은 영상에는 히잡을 벗은 여성들을 포함한 수십 명이 모여 "이슬람 공화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 여성들은 히잡 등을 벗어 불태우거나 머리를 자르는 등의 행동을 했다. 이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졌는데 "히잡도, 터번도 자유와 평등에 찬성"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5일 연속 시위가 벌어지면서 인터넷 서비스도 마비돼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는 등의 해프닝도 있었다.

이에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는 등 과잉 진압해 38명이 부상했다고 노르웨이 소재 쿠르드 지역에서 인권을 감시하는 헹가우가 밝혔다.

이란 북부 도시 라쉬에서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BBC에 자신이 경찰봉과 호스로 전경들에게 구타당해 타박상을 입었다며 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이 최루탄을 계속해서 발사해 우리 눈이 불에 타듯 아팠다"며 "그들은 나를 궁지에 몰아넣고 때렸고 나를 매춘부라고 부르면서 몸을 팔러 나온거라 했다"고 전했다.

모센 만수리 테헤란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시위가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의제로 완전히 조직되었다"고 밝혔으며 국영 TV는 아미니의 죽음이 쿠르드 분리주의자들과 정권 비판론자들에 의해 선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의 메흐라바드 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미국 정부와 만나거나 직접 대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국제 사회 비난에 이란 대통령 "이중잣대" 되레 비판

그러나 국제 사회의 비난에 대해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중잣대'라는 입장이다.

앞서 2018년 시위 도중 히잡을 벗은 혐의로 체포된 이후 이란을 탈출한 활동가 아잠 장라비는 유엔이 이란에게 의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반복되는 책임 보장 실패"라고 비판했다.

캐나다에 정착해 토론토에서 이란 여성들에 대한 연대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장라비는 "왜 유엔은 이란의 여성혐오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캐나다 원주민 여성들의 죽음과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이스라엘이 하는 행동 등 이슬람국가(IS)가 종교 소수 집단에 대한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지적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평등에 관한 관심이 한쪽에만 집중되는 이중잣대가 있는 이상, 우리는 진정한 정의와 공정성을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되레 비판했다.

또 2015년 이란 핵 협정을 부활시키기 위해 서방의 입장에 대해 "이란은 핵무기를 건설하거나 획득하려 하지 않았으며 핵 무기는 우리 교리에 설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클레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 지도부는 국민들이 그들이 취한 방향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핵무기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고 자국 내에서 목소리를 억압하는 걸 멈출 수 있다"며 "그것이 우리가 이란이 갔으면 하는 길이며 더 강한 경제, 더 행복한 사회, 국제 사회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이란을 볼 수 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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