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반대' 시위로 최소 8명 숨져..인터넷 접속도 제한

박병수 2022. 9. 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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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해 적어도 8명이 숨졌다.

이란 당국은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등 언론 통제에 나섰다.

시위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자 당국은 인터넷 접속 제한에 나섰다.

이란의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는 당국의 인터넷 접속 제한이 무력 유혈진압의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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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같은 유혈진압 우려 커져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받아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21일 테헤란에서 진압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이란에서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해 적어도 8명이 숨졌다. 이란 당국은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등 언론 통제에 나섰다.

이란 당국은 시위 발생 닷새째인 21일(현지시각) 시위로 인해 지난 이틀간 4명이 숨져 희생자가 경찰과 친정부 민병대를 포함해 모두 8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시위는 지난주 이란의 소수민족 쿠르드계 여성 마샤 아미니(22)가 테헤란에서 “부적절한 옷차림”을 했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붙잡혀 조사받다 숨진 것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다. 애초 시위는 쿠르드계 집단 거주지인 이란 북서부 쿠르디스탄 주에서 주로 일어났으나, 시간이 지나며 전국 50개 도시로 번져나갔다. 지난 2019년 휘발유값 인상에 항의하며 전국에서 시위가 벌어진 이래 최대 규모이다.

쿠르드 인권단체 헹가우는 당국의 발표보다 더 많은 10명이 시위하다 숨졌다며 이 중 7명은 보안병력에 의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보안병력이 시위자를 살해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시위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자 당국은 인터넷 접속 제한에 나섰다. 인터넷 접속차단 감시단체인 ‘넷블록스’(NetBlocks)는 이란에서 사용자가 몇백 만에 이르는 인스타그램 접속이 잘 안 되고 있으며 핸드폰 통신망도 일부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넷블록스는 “2019년 11월 시위 당시 이래 가장 심각한 인터넷 접속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왓츠앱(WhatsApp) 사용자들은 문자 전송엔 문제가 없는데 사진이나 영상 전송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헹가우는 “쿠르디스탄 주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차단됐다”고 밝혔다.

이란의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는 당국의 인터넷 접속 제한이 무력 유혈진압의 전조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19년 연료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했을 때도 당국이 인터넷을 먼저 차단한 뒤 본격적인 강제진압에 나섰다”며 “이번에도 그런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9년 시위는 당국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무려 1500여명이 숨졌다.

종교경찰의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아미니의 장례식은 17일 치러졌다. 그의 아버지는 딸의 건강에 문제가 없었으며 다리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며 경찰을 비난했다. 경찰은 아미니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고위 측근은 아미니 가족에 위로의 뜻을 전하며 사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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