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드넓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만들다. 해양공간건축가

한겨레 2022. 9. 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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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바다 위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가능할까? 그야말로 ‘바다’가 ‘땅’이 되는 일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해양공간건축가는 바다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해양 건축물을 설계하고 만드는 직업인이다.


해양건축, 물만나다!

사람들이 사는 도시가 확대되고 산업시설이 늘어나면서 인류가 밟고 있는 땅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 찾은 대안이 바다를 활용한 ‘해양 건축’이다. 이를 활용해 해상가옥부터 인공섬, 해상리조트·호텔을 짓는 것은 물론, 해상도시와 해저도시를 건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시는 UN 산하 국제기구인 UN-해비타트와 함께 협약을 맺고 세계 최초의 해상도시를 조성하기로 했다. 기후위기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면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 물에 잠길 수 있어 이에 대비해 ‘바다 위의 도시’를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부유식 구조물을 해상에 설치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친환경 도시를 목표로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해양 건축에 대한 실험이 시작되면서 해양 건축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며 주목받고 있다.



해양공간건축가가 들려주는 직업 이야기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를 직접 눈에 담아본 사람이라면 한강의 야경과 함께 조화롭게 물결치는 장관을 보고 감탄했을 것이다. 세계 최초의 개폐식 수상무대, 한강의 랜드마크인 이 작품은 강물 위에 떠 있는 부유식 수상 구조물이다. 물빛무대를 비롯해 수상호텔과 수상공연장 등을 디자인한 경암건축 윤창기 대표를 만나 제3의 공간을 창조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미래 건축가가 되길
- 윤창기경암건축 대표 -


경암건축

Q.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건축에 비해 플로팅 건축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또, 어떻게 물 위에 건축물이 뜰 수 있는 건지 그 원리가 알고 싶어요.

A. 해양 건축물이 일반 건축물과 크게 다른 점은 아무래도 ‘물 위에 떠 있다’는 것이죠. 플로팅 건축은 위로 뜨려는 힘인 ‘부력’의 원리를 이용합니다. 수면 밑에 있는 구조물 속에 큰 공기주머니를 넣어두고, 그 안에 물을 채우거나 빼면서 건축물의 무게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플로팅 건축물의 설계 방식은 배처럼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잘 맞춰야 하죠. 또한 플로팅 건축물은 강변과 해상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가라앉거나 떠내려가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요.

경암건축

Q. 여의도 한강공원에 있는 물빛무대는 국내 최초로 플로팅 건축기법을 시도한 사례로 알고 있어요. 어떤 의도로 물빛무대를 설계했는지 궁금해요.

A. 물빛무대(구. 한강 플로팅 스테이지)는 물방울 모양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게 됐어요. 물 위로 떠오르는 물방울을 형상화한 외관이 음악에 따라 색이 바뀌며 유리와 조명이 아름답게 빛을 내죠. 그리고 앞뒤가 개폐되는 구조설계를 통해 관람객에게 탁 트인 한강의 경치를 보여줘 시각적인 개방감을 주도록 했어요. 공연장에서 나오는 소음으로 인해 강 건너편 밤섬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무대 뒷면을 여닫을 수 있는 개폐형으로 만들었고요.


Q. 대표님만의 플로팅 건축 노하우가 또 있을까요?

A. 플로팅 건축 특성상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져야 하기에 저는 주로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한강을 떠올리면 넘실대는 파도의 형상, 바람이 불어올 때의 물의 냄새, 햇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도시의 경관이 생각나요. 강가에 있는 사람들만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강 반대편과 다리 위에 있는 사람들도 입체적으로 건축물을 바라볼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떠올리죠. 재미있는 생각이 나면 그때그때 메모와 스케치를 해두기도 합니다.


Q. 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려내는 상상력이 중요하겠네요. 해양공간건축가가 되려면 어떤 자질과 소양을 갖춰야 할까요?

A. 토지에 세우는 일반 건축물과는 달리 물 위에 떠 있는 건물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늘 머릿속으로 그려보아야 해요. 저는 SF 장르와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만약 인류를 구원하는 시나리오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해상이나 땅속, 우주 같은 환경을 떠올리며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곤 했습니다. 또, 상상이 현실로 실현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엔지니어의 능력도 필요합니다.


Q. 그렇다면 무슨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으면 좋을지도 조언해주세요.

A. 우선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건축학과에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해요. 설계를 하고 싶다면 건축사 자격증은 필수이고요. 바다나 강 위에 떠 있는 수상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선박을 설계하는 기술도 필요해요. 현재 많은 플로팅 건축물의 구조는 주로 바지선이라고 불리는 배 위에 상부 구조물이 지어지는 형태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바지선과 같은 하부 구조물을 설계하려면 선박 설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좋습니다.

여러 해양대학교의 건축과에서 해양 공간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하고 있으니 관련 전공을 공부한 후,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진출해 직접 건축을 해보는 현장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세요. 그러다 보면 보다 전문적인 해양공간건축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Q. 머지않아 일상에서도 플로팅 건축물을 쉽게 볼 수 있을 듯해요.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나라에도 해상도시가 들어서게 될까요?

A. 사실 한국의 해양 환경은 수많은 악조건을 가지고 있어요. 서해안은 조수간만의 차가 2km나 되고, 남해안과 제주도는 직접적으로 태풍의 영향을 받고 있죠. 동해안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지만 수심이 깊습니다. 또한 내륙의 강은 폭우로 인해 홍수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해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런 지정학적인 문제들만 해결한다면 다른 나라보다 다양한 형태의 해상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 거예요. 여러 재난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세워보고, 안전하게 설계하여 세계에서 가장 멋진 해상도시가 탄생하길 바랍니다.


Q. 해양공간건축가를 꿈꾼다면 지구와 환경에도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겠네요. 또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아름답고 안전한 건축물을 세상에 남겨 많은 사람이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상승, 남극과 북극의 해빙 등 환경문제를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현재 우리나라의 날씨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해간다고 해요. 폭우로 인해 한강의 홍수가 잦고, 순간풍속이 세지는 등 기후변화를 실시간으로 겪고 있죠. 최소 30년 이후의 기후변화를 예측해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자연재해에 건축가로서 대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꿈의 공간이 바다 품으로!경암건축플로팅 프로젝트

■ 세종시 중앙호수공원 무대

경암건축

세종시 인공호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수변 무대는 햇살을 머금고 있는 조약돌을 형상화했다. 콘셉트는 자연과 기술의 결합이다.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 외관에 유리 외장재를 사용해 첨단 기술이 돋보이는 콘셉트를 보여주고, 건축물 하부에는 화장실과 공연 시설을 설계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 한강공원 프로젝트

경암건축

이 프로젝트의 제목은 ‘Wave Soul(We have Seoul)’이다. 한강 뚝섬에 한강의 물결(웨이브)을 형상화한 마리나클럽과컨벤션센터를 설계했다. 다양한 수상 생물과 인공 식물이 공존하는 수상공원인 하이브리드 가든과 중앙에 위치한 분수시계가 있다. 시곗바늘은 움직이는 분수 줄기로 표현했고, 정각마다 뿜어져 나오는 안개 분수는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 아부다비미라지호텔 및 리조트

경암건축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해상에 대규모로 계획한 국제공모 당선작이다. 돌고래 두 마리가 고향에 돌아와 포근한 사막과 바다에서 여생을 보낸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건물의 파사드(출입구가 있는 정면)를 물고기의 비늘처럼 표현하고, 출입문을 바다로 향하게 해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글 이은주 ●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경암건축 제공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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