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도 '지금은 소녀시대'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2. 9.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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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서현(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아 수영 유리. 사진제공=각 소속사

지난 8월5일 그룹 소녀시대가 정규 7집 앨범 'FOREVER 1'을 냈다. 이날은 소녀시대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딱 15년 전의 그날 8월5일에 소녀시대의 첫 정규앨범 '소녀시대'가 발매됐기 때문이다. K팝씬처럼 유행이 빠르게 오가고, 가수 자체에 대한 신선함이 빨리 사라지는 영역에서 15년을 한결같이 정상에 있었던 소녀시대의 존재는 특별했다.

그런데 이 8월5일은 소녀시대의 가수가 아닌 또 다른 영역인 '연기'로 보더라도 의미심장한 날이었다. 올해 소녀시대의 연기자 멤버 중 서현의 작품 KBS2 '징크스의 연인' 종방 딱 다음 날이었고, 7월29일 첫 방송된 윤아의 MBC '빅마우스'는 초반 스퍼트를 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5일 후 수영의 작품 KBS2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이 방송됐고, 그로부터 2주 후에는 유리의 작품 ENA의 '굿잡'이 첫 전파를 탔다.

15년을 똘똘 뭉쳤던 그들답게 연기행보도 6월말부터 8월초까지 시작하는 드라마들에 집중됐다. 이 작품들은 저마다 '성적'에는 차이가 있지만 소녀시대 연기멤버들의 '성장'에는 분명 영향을 끼쳤다. 무대 위 말고도 TV 안에서도 '지금은 소녀시대'라는 명제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소녀시대는 데뷔하던 해 MBC '9회말 2아웃'에 신주영 역으로 출연한 윤아를 시작으로 줄줄이 연기에 데뷔했다. 가수 쪽으로 방향을 굳힌 메인보컬 태연과 예능과 뮤지컬로 특화한 티파니, DJ로 성장한 효연, 예능으로 존재감을 알렸던 써니를 제외한 네 명의 멤버는 차례로 연기자가 됐다. 수영이 당시 SM에서 제작한 SBS '파라다이스' 목장에 출연한 후, 유리가 2012년 SBS '패션왕'으로 본격적인 연기겸업을 선언했다. 막내인 서현은 몇 번의 특별출연을 거쳐 2016년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라마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가장 먼저 출발한 윤아의 15년을 비롯해, 서현 역시 6년 정도의 경력을 가지게 된 셈이다. 저마다의 성장사는 달랐지만 네 배우는 저마다 특화한 이미지, 가수와는 다른 노력을 경주하며 지금의 자리를 일궜다. 특히 이들이 연이어 이렇게 드라마에 등장한 해도 찾기 드물다. 소녀시대 활동까지 있었기에 팬들의 기쁨은 더 했으리라 짐작한다.

서현, 사진제공=나무엑터스

2022년 드라마를 통해 네 명의 멤버들은 각각의 성장을 이뤄냈다. 가장 먼저 '징크스의 연인'에 출연했던 서현은 '소소한 연기'의 맛을 알았다. 그전까지 서현의 필모그래피의 모습은 2018년 '도둑놈, 도둑님'의 경찰 강소주, '시간'의 셰프지망생 설지현, 2020년 '사생활'의 사기꾼 차주은에 이르기까지, 막내 이미지의 서현을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있다.

하지만 '징크스의 연인'에서 말 그대로 '행운의 여신'을 연기한 서현은 그의 매력인 순수함과 귀여움 그리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캐릭터의 기쁨을 공감을 넓히며 표현하고 있다. 더 이상 눈에 힘을 주지 않아도, 그게 연기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시간이다.

윤아, 사진제공=에스엠엔터테인먼트

두 번째로 MBC '빅마우스'로 출연한 윤아에게는 '여유'가 보였다. 일찍부터 소녀시대의 프리미엄으로 주연급으로 올라선 그에게는 늘 소녀시대 최초의 연기자 또는 아이돌 출신 연기자 중 가장 앞서 나간다는 기대감이 따라다녔다. 이 부분이 그에게 청순하거나 꿋꿋한 전형적인 캐릭터를 강요하는 분위기도 됐다. 하지만 윤아는 2016년 비운의 사생아 고안나를 연기한 'THE K2'부터 다층적인 이미지를 입기 시작했다. 

'빅마우스'의 윤아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가정을 책임지는 인물로 한층 성장했다. 영화 '공조 2:인터내셔날'에서의 모습과 같이 비록 주연급의 대열에 낄 수 없는 분량을 받았더라도 자신만의 역량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모습은 그의 '여유'가 한층 늘어났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수영, 사진제공=사람엔터테인먼트

2022년 수영의 선택은 '시의적절'했다. 의학물, 휴먼, 스릴러, 수사물 등을 오가던 그의 필모그래피는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의 서연주 역으로 깃들었다. 서연주는 극 중 배경이 되는 우리 호스피스 병원의 간호사다. 그는 평소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며 마지막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기쁨을 선사하고자 동분서주한다.

'당신이 소원을 말하면'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에서 증명됐듯 한 편의 에피소드가 독립된 서사를 가지는 에피소드물이자 의학물이고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치유를 주제로 하고 있다. 가장 각광받고 있는 장르가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채는 힘은 그의 작품을 보는 눈이 확실히 자라났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유리, 사진제공=에스엠엔터테인먼트

유리의 행보는 '대찬스'의 모습이다. 그가 출연 중인 '굿잡'은 ENA 채널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후속이다. 굉장한 후광으로 시작한 작품일 뿐 아니라 향후 드라마 업계의 큰 손으로 성장을 준비 중인 스튜디오 지니의 작품이다. 

유리에게도 주로 예능 드라마, 작은 채널의 드라마에서 쌓아오던 경력을 일순간에 드높일 수 있는 기회다. 그가 '굿잡'에서 연기하는 돈세라는 빼어난 시력을 자랑하는 능력자로 늘 여러 주인공의 부속된 인물로 등장하던 유리에게 정일우와 함께 '투 톱'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대찬스'다. 유리가 이 기회를 살리느냐의 여부는 향후 그의 연기생활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서현의 '소소함', 윤아의 '여유', 수영의 '시의적절', 유리의 '대찬스'. '소소함' '여유' '시의적절' '대찬스'. 그들의 성장은 곧바로 '소.녀.시.대.'와 연결된다. 그들의 성장은 곧 소녀시대 그룹의 외연확장이자 젊은 여배우의 활약이 갈급한 한국 드라마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늘 외치던 '지금은 소녀시대, 앞으로도 소녀시대, 영원히 소녀시대'라는 구호는 무대뿐만 아닌 연기로서의 활약으로 완성될 수 있다. 2022년, 결성 15주년을 맞았던 그들의 연기적 성장은 이 구호가 여전히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만방에 알린 기분좋은 릴레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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